
▲ 신태용 감독/사진=이호형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이 끝난 직후 만난 신태용(57) 감독은 "우리나라 최고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내 밥그릇이 아니면 쳐다보지 않는다"며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그런 그가 거짓말처럼 꿈을 이루기까지는 불과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4일 기술위원회의 난상 토론 끝에 한국 축구 A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신 감독은 기쁨도 잠시 곧바로 '산 넘어 산'인 상황에 처해있다. 촉박한 준비기간 때문에 사실 신 감독은 "5개월(U-20 대표팀)도 짧았는데 2개월 만에 되겠나"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벼랑 끝에 선 한국 축구의 호출을 외면할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이제 백수인데 모든 문은 열려있다"고 웃던 신 감독이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인 것이다.
운명의 이란과 홈 경기(8월 31일)를 앞둔 신 감독의 급선무는 입맛에 맞는 코칭스태프의 인선이다. 신문선(59) 명지대 교수는 "물러난 기술위가 짜놓은 프레임이 뒤집어지면서 시간이 더 촉박해진 꼴"이라며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가 물러났을 때 밑에 코칭스태프들도 일괄 사표를 제출했어야 했다. 신 감독은 자기 사람들로 진용을 짜야 하고 훈련할 시간도 없다. (이란전까지) 기간은 두 달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길게 해봐야 열흘 남짓"이라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은 물론 코칭스태프 선임에 대한 전권을 신 감독에게 주고 물리적으로 부족한 훈련 시간은 축구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K리그도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 대표팀이 잘 돼야 한국 축구가 산다. 신태용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지 말고 축구계가 대동단결해서 위기의 한국 축구를 정면 돌파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새 기술위가 신 감독을 사령탑으로 뽑은 데 대해선 "신태용의 최대 장점은 선수들의 창의성에 대한 열린 마음이다. 우리나라 지도자들 중에 이런 오픈 마인드는 없다. 이승우(19ㆍFC바르셀로나 후베닐)를 포함해서 아주 독특한 애들을 잘 핸들링했다. 선수 보는 눈과 컨트롤하는 능력, 코칭 철학 및 훈련 방법, 선수기용과 교체, 기자회견 자세 등 여러 가지 감독에 대한 외향적 부분을 보면 소통을 상당히 잘해서 선수의 내적ㆍ외적 능력들을 단기간에 극대화시키는 훌륭한 점들을 갖췄다"고 신 교수는 높이 평가했다.
김대길(51) KBS N 축구 해설위원은 "사실 신 감독으로서는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감독 인생이 걸린 중대하고 엄청난 모험인데 이걸 받아들일 만큼 젊고 도전정신이 강하다"면서 "지금까지 대표팀이 서서히 잃어가고 있던 색깔을 다시 살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U-20에서도 보여줬던 축구는 한국 축구가 바라던 형태"라고 전했다. 이어 "신 감독은 전술적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능력을 갖췄다. U-20에서는 3-4-3, 4-2-3-1, 4-3-3 등을 다양하게 써봤다. 그런 걸 툴로 해서 어떻게 대비해야 되는지를 준비하면 잘해나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완할 점도 명확히 했다. 김 위원은 "선수들 분위기가 매우 다운된 상태이고 부상에서 회복중인 손흥민(25ㆍ토트넘)과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의 이란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빠져선 안 되는 선수 2명이 변수다. 대비책을 K리그에서 찾아야 한다. 또 빠른 시간 내에 전술적 상황을 선수들에게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작업과 슈틸리케와는 차이가 많을 선수 선발도 면밀히 체크해볼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지난 경험을 토대로 조금 더 신중한 운영이 필요하다"면서 "신태용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축구 철학은 굉장히 공격적이고 화려하다. 그러나 남은 2경기는 다르다. 그 동안 더하기와 곱하기만 생각했다면 2경기는 정말로 고민해서 빼기와 나누기도 해봐야 한다. 좋은 감독으로 평가받지만 두 게임은 인생을 거는 경기다. 잘 성찰하고 고민하면 잘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조언했다.
5일 대한체육회의 97주년 창립 기념식 현장에서 만난 정몽규(55)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신 감독이) 잘 할 거다. 잘할 거라고 믿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신태용호의 본격 출항을 응원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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