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에서는 된장 하나로 전국구 유명인이 된 김미선(32) 지리산피아골식품 대표가 6년째 이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토지면 내동리의 첫 여성 이장이자 전국 최연소 이장으로 수 차례 방송전파를 탄 마을의 간판 스타다.
김씨가 마을 주민들의 신임을 얻은 건 고향 피아골에서 일으킨 발효식품 전문기업이 ‘대박’을 냈기 때문이다.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민박을 제공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던 마을에 식품공장을 짓고, 식당ㆍ숙박을 연계한 체험관광을 활성화시킨 주인공이 바로 김씨다. 김씨는 곧 피아골의 보배가 됐고, 마을 어른들은 그를 이장으로 추대했다.
김씨의 전공은 ‘고로쇠 된장’이다. 단풍나무과인 고로쇠나무에서 추출한 수액을 넣어 텁텁함과 군내를 잡은 게 특징이다. 김씨는 “어릴 적부터 뒷산에 올라 고로쇠 수액을 받아 관광객들에게 팔곤 했는데 이게 성공의 열쇠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발효식품 연구와 개발을 거듭한 끝에 ‘냄새 없는 청국장’, ‘지리산 장아찌’ 등 다양한 가공식품도 개발해 사세를 키웠다. 2015년 말부터는 미국으로 장류를 수출하고 있다.
김씨는 식품 사업에 그치지 않고 지역 식당, 숙박 시설과 연계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된장학교를 세우고 고로쇠 채취, 다도 교육, 떡 공예, 산나물 캐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도 제공한다. 온 마을이 협력하는 구조라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1년 설립한 지리산피아골식품의 연 매출은 지난해 5억원으로 3년 새 66%나 올랐다. 체험관광을 위해 피아골을 찾는 방문객도 2만명으로 같은 기간 2배나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의 6차산업인’에 김씨를 선정했다. 6차산업은 1차(농수산업) 2차(제조ㆍ가공업) 3차(서비스업) 산업을 병합해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사업을 일컫는다. 김씨는 ▦고로쇠, 산나물, 벌꿀 등 지역 농특산물 생산 ▦된장, 청국장, 장아찌 등 가공품 생산 ▦식당ㆍ숙박 및 체험학습장 운영으로 영농법인을 일으킨 점을 인정 받았다. 김씨는 “지금까지는 준비 기간에 불과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피아골을 관광과 창업 명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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