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두고 생활비 부족했다” 진술
확인된 피해자 37명, 입금내역 1291회 달해
경찰, 추가 피해자 및 중국조직 수사 확대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국내에서 조건만남을 빌미로 가로챈 돈을 중국 금융사기 조직에 송금한 혐의(사기)로 예비부부 A(34ㆍ여)씨와 B(30)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4월 10일부터 5월 25일까지 랜덤채팅에서 “원하는 여성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모은 돈 9억4,000만원을 부산시내 은행을 돌며 인출, 중국 총책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송금 대가로 3~4%의 수수료 5,000만원 상당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경찰에서 “결혼을 앞두고 생활비가 부족해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 37명 외에도 관련계좌에 입금한 사람이 1,000여명에 달해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입금내역은 1,291회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는 조건만남을 빌미로 최대 1억원 가량을 송금한 피해자도 있었다.
수법은 보이스피싱과 유사했다. “조건만남에 나간 여성이 폭행을 당할 수 있다”고 보증금을 요구하고 “제대로 입금되지 않아 다시 입금해주면 여성을 통해 돌려주겠다”는 식으로 속였다. 대부분 10만~50만원을 송금하고 사기인 것을 알아챘지만 일부는 이미 입금한 금액이 막대해 중국 조직의 요구를 들어주다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 등 구속한 국내 인출책을 상대로 중국 내 금융사기 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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