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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렉서스는 정말 럭셔리 브랜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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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렉서스는 정말 럭셔리 브랜드일까?

입력
2017.07.0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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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열린 ‘렉서스 브랜드 포럼’에서 렉서스 관계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조두현 기자
지난 4일 열린 ‘렉서스 브랜드 포럼’에서 렉서스 관계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조두현 기자

렉서스 코리아가 지난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브랜드 공간 ‘커넥트 투(CONNECT TO)’에서 플래그십 쿠페 LC500을 공식 출시했다. 아울러 ‘렉서스 브랜드 포럼’을 열고 디자인 콘셉트와 렉서스가 지향하는 럭셔리 등에 대해 발표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은 모두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다시 한번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지역마다 럭셔리의 개념이 다를 텐데 한국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럭셔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어떤 이는 렉서스가 생각하는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행사를 위해 방한한 렉서스 인터내셔널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의 스피로스 포티노스 매니저가 대답했지만, 그 개념을 모두 설명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는지 답변이 썩 개운치는 않았다.

스피로스 포티노스 매니저는 렉서스가 생각하는 지역 간, 국가 간 럭셔리 개념의 큰 차이는 없지만, 한국 문화에 맞는 럭셔리 코드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예술, 스포츠 등 렉서스 고객이 열정을 가진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 연계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렉서스의 국내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이병진 이사는 ‘렉서스 프리미엄 멤버십 카드’를 꺼내 들며 골프, 호텔, 미용실 등을 이용할 때 받을 수 있는 혜택 등을 예로 들며 설명을 덧붙였다. 순간, 의문점이 풀렸다. ‘그렇지, 럭셔리가 아니라 프리미엄.’

이날 렉서스는 자사 브랜드를 일컬어 럭셔리 브랜드라고 표현했다. 글로벌 세일즈에 관한 내용을 말할 때도 전 세계 럭셔리 카 4위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차트엔 일반적으로 럭셔리 카라고 부르는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등의 브랜드는 보이지 않았다. 렉서스가 럭셔리라는 단어를 꺼낼 때마다 동상이몽이 시작됐다. 렉서스가 고급스러운 수입차인 건 알지만 도대체 이들이 주장하는 럭셔리는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할 즈음, 고맙게도 다른 기자들이 대신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던진 기자들도 아마 이렇게 서로 어그러져 동떨어진 느낌 때문에 그러한 질문을 던진 건 아닐까?

렉서스의 최고급 쿠페 LC500이 지난 4일 국내에 공식 출시됐다
렉서스의 최고급 쿠페 LC500이 지난 4일 국내에 공식 출시됐다

언제부터인가 럭셔리란 단어는 럭셔리하지 않게 쓰이고 있다. 자동차만 해도 조금만 고급스러우면 바로 ‘럭셔리’란 수식어가 붙는다. 지난해 1월 말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열린 볼보의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럭셔리’였다. 캐딜락은 자신들이 ‘새로운 아메리카 럭셔리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며 홍보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 E 클래스 쿠페를 출시하며 ‘럭셔리 쿠페’라고 형용했다. 현대 제네시스 G80엔 네 가지 트림이 있는데, 가장 낮은 트림이 ‘럭셔리’, 그다음 상위 트림이 ‘프리미엄 럭셔리’다. 이쯤 되면 럭셔리와 프리미엄 구분 없이 럭셔리를 남발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럭셔리의 어원은 높은 수준의 풍요와 문명을 누렸던 고대 이집트 왕국 룩소르(Luxor)에서 유래한다. 지금의 럭셔리 개념은 상황과 대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통 있는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숙련된 장인이 최고급 오리지널 소재를 사용해 비스포크 방식으로 만들어 희소가치를 더한 제품을 말한다. 과거엔 왕실이나 귀족, 신흥 부자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지금은 그 노하우가 대량생산 시스템을 만나 월급쟁이도 큰마음 먹으면 명품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 덕에 럭셔리의 의미도 대중화됐다. ‘럭셔리’는 2004년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보기에 값비싸고 호화로움’이란 뜻으로 수록됐다. 영영사전에서도 ‘Luxury’는 ‘비싸고 호화로운 사치품’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고급스러운 자동차에 너도나도 럭셔리를 갖다 붙이는 이유다.

렉서스는 소비자들의 고급스러운 라이프 스타일과 함께 하려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렉서스는 소비자들의 고급스러운 라이프 스타일과 함께 하려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브랜드를 수식하는 단어를 선택하는 건 마케터의 자유다. 다만, 그 단어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주길 바란다. 1억7,000만원짜리 쿠페가 고급스러운 자동차인 건 확실하나, 그렇다고 그 차를 만드는 브랜드를 진정한 의미에서 럭셔리 브랜드라고 정의 내리기엔 뜨악한 점이 있다. 물론 렉서스도 ‘타쿠미’라고 부르는 장인들이 모든 공정에 참여해 높은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차츰차츰 럭셔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렉서스를 비롯한 프리미엄 급 자동차 브랜드들이 주장하는 럭셔리는 무엇일까? 단순히 고급스럽고 호화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자동차를 끼워 넣는 것에만 국한하기에 럭셔리가 품고 있는 의미와 가치가 어룽거려 아쉬움이 남는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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