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남자단식 경기 도중 기권이 난무하자 이를 막기 위해 규칙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로저 페더러(36ㆍ랭킹5위ㆍ스위스)와 노박 조코비치(30ㆍ4위ㆍ세르비아)는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모두 기권승을 챙겼다. 페더러의 경기는 43분이 걸렸고 조코비치는 40분만에 경기를 마쳤다. 모두 상대방이 경기 시작과 동시에 부상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이들 두 경기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자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7ㆍ6위ㆍ덴마크)와 티메아 바보스(24ㆍ42위ㆍ헝가리)의 여자단식 1라운드 경기 장소가 센터코트로 급 변경되기도 했다.
얀코 팁사레비치(63위ㆍ세르비아)는 재러드 도널드슨(67위ㆍ미국)과 만나 1세트도 마치지 못 하고 경기 시작 15분만에 짐을 쌌다. 역대 최단시간 기록이다. 이를 더해 남자단식에서 이날까지 총 7번의 기권사례가 나왔다.
조기 기권이 속출하면서 테니스 팬들은 물론 선수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라운드에 손쉽게 진출했지만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릴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이들 경기를 보기 위해 비싼 값을 치르고 센터코트에 모인 관객들도 크게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노박 조코비치는 이날 경기 후 “기권승을 챙긴 선수들끼리 센터코트에서 연습 경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BBC등 외신에 따르면, 이는 1라운드 경기에서 조금이라도 뛰어야 출전상금 3만5,000파운드(약 5,200만원)를 받을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이 경기를 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일단 경기장에 들어선 뒤 기권을 선언한다는 것이다. 페더러는 “그들이 굳이 경기를 시작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때문에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가 올해부터 새로 도입한 규정을 메이저 대회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ATP는 지난 해 말 규칙 개정을 통해 1라운드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가 경기 시작 전에 기권하더라도 상금을 보장해주고, 대신 차 순위 선수가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경기에 뛸 몸 상태가 아닌 선수들이 무리하게 코트에 나와서 허무하게 기권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윔블던 등 4대 메이저대회는 국제테니스연맹(ITF)이 관장해 ATP의 규칙을 적용 받지 않는다. 페더러 역시 “그랜드슬램 대회들이 이런 ATP의 규칙을 적용하면 기권의 절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힘을 실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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