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항의에 자체조사 실시
의혹 연루 책임자급 4명 대기발령
대구지역 한 은행 본점과 일부 지점에서 중간간부급 직원들이 회식 등의 자리에서 비정규직 여직원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는 등 성추행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D은행 등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 여성 측의 항의에 따라 실태조사를 한 결과 본점 소속 A부부장과 B차장이 회식 자리에서 비정규직 여직원 C씨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했고, 다른 일부 책임자급 직원도 유사한 행위를 했다는 주장에 따라 간부 4명을 대기발령했다.
이들 간부들은 근무시간에도 수시로 C씨를 불러 입맞춤을 요구했고, 일부는 C씨와 소관부서가 다른데도 회식자리에 동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C씨의 지인이 성추행사실을 전해 듣고 본점 감사 관련 부서에 항의하면서 드러났다.
특히 A씨는 피해여성에게 “너로 인해 이혼당하게 생겼다. 자살하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기도 했다.
조사 과정에서 다른 2건의 피해사례가 추가로 접수됐다. 본ㆍ지점 책임자급 간부들로부터 회식자리에서 부적절한 신체접촉이나 지속적이고 은밀한 만남 요구, 모텔 투숙 요구 등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피해 여직원은 지난해 초 해당 부서 과장이 회식 후 집에 데려다 준다며 택시에 태워 강제로 모텔로 끌려가다가 탈출했다고 진술했다. 이후에도 이 간부는 같은 여성에 대해 강제로 입을 맞추거나 신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1명은 혐의사실을 대체적으로 시인했지만 나머지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피해자들도 당초 진술과 달리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 은행 자체조사로는 사건 전모를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남은주 대구여성회 상임대표는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 놓고 볼 때도 권력과 고용을 매개로 한 전형적인 직장내 성희롱ㆍ성추행사건으로 보이며, 이는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상의 불이익과 노동관계의 악화를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이므로 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 등이 필요하다”며 “은행과 피해자 측을 상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우선적으로 은행 측에 실태조사와 특별교육을 요구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법당국에 진정하거나 고소ㆍ고발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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