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의류 디자이너 루이 레아르(Louis Reard, 1897~1984)의 수영복 ‘비키니’가 1946년 7월 5일 세상에 등장했다. 네 장의 삼각형 천과 끈으로 만들어진, 당시 기준으로는 속옷으로도 파격이었을 의상이었다. 패션모델들이 쇼를 거부하는 바람에 그는 19세 누드댄서 미쉘린 베르나르디니(Micheline Bernardini)를 모델로 기용, 파리의 유서 깊은 한 수영장(Piscine Molitor)에서 저 옷을 선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수영복보다 더 작은 수영복”이란 게 당시 광고 문구였다.
이설(異說)은 있지만, 여성용 투피스 수영복이 등장한 건 1930년대였다고 한다. 46년 5월 자크 하임(Jacques Heim)이라는 디자이너가 스스로는 노출의 한계라고 여기며 야심 차게, 투피스 수영복 ‘아토메 Atome’를 출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수영복”이라고 선전했다. 하임의 아토메와 레아르의 비키니가 다른 건 무엇보다 배꼽의 노출 여부였다. 그러니까 그의 비키니는, 인류가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여성의 배꼽을 태양 아래 드러냈다.
레아르는 기계 기술자였다가 40년대 어머니의 속옷 사업을 물려받아 의상 디자이너가 됐다고 한다. 그러니 그는 디자이너로선 초보였다. 그래서 옷 자체의 맵시보다 여성의 몸의 맵시를 더 중시했고, 또 기술자로서, 맵시보다 기능을 더 따졌을지 모른다. 세인트토파즈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던 여성들이 더 멋진 태닝을 위해 수영복을 걷어 올리는 걸 보고 비키니를 구상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윤리관이 허용하는 한도까지 옷감을 잘랐을 것이다.
태평양 마셜제도의 비키니환초에서 미국이 최초 공개 핵실험을 한 게 불과 나흘 전인 46년 7월 1일이었다. 핵폭탄처럼 충격적인 옷이라는 의미로, 이름도 불과 사나흘 만에 붙인 셈이다. 전후의 프랑스 아니 전 유럽은 그의 비키니에 열광했고, 무명 댄서 베르나르디니에게는 팬레터가 쇄도했다고 한다. 레아르는 “결혼 반지 사이로 통과하지 못하는 투피스 수영복은 진짜 비키니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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