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카운터 펀치 형국
6차 핵실험 추가도발 카드도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는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핵미사일 능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ㆍ미사일 마이웨이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ICBM 발사 디데이를 미국 최대 정치 기념일인 독립기념일(7월 4일)로 잡았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전력을 갖췄다는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다. 북한의 ICBM 보유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하며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정면 도발장인 셈이다. 북한은 2009년과 2006년에도 미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맞춰 미사일 발사를 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후라는 점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제재와 압박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남북 대화 재개를 지지하는 등 대화의 여지도 대폭 열어뒀다. 특히 북한 적대시 정책을 펴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는 등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지만 북한은 도리어 긴장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카운터펀치를 날린 형국이다.
이는 북한이 협상을 하더라도 한미가 요구하는 비핵화 대화가 아니라는 점을 못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간 줄기차게 “비핵화 대화는 꿈도 꾸지 말라”고 주장해왔다. 향후 협상국면이 벌어질 경우 핵보유국 지위에서 몸값을 최대한 받아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으로서의 구도를 굳히려는 것”이라며 “이만큼 와 있는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며 한국과 미국에게 묻고 있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ICBM 발사 성공이라는 충격파를 던져놓은 만큼 북한은 일단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카드를 남겨두고 미국 등 주변국 반응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핵 협상 국면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6차 핵실험을 만지작거릴 수 있다”며 “8월 중순 즈음 추가 핵실험에 나서고 하반기에 ICBM 실전 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지금은 칼을 보여주기만 한 것이고 진짜 칼을 빼 들 시기를 보고 있다”며 “미국과의 물밑 협상에 진척이 없고 수가 틀어지는 순간 핵실험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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