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북한은 조선중앙방송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화성-14형이 4일 오전 9시(평양시간) 우리나라 서북부 지대에서 발사돼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39분간 비행해 조선 동해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오전 9시 40분쯤 발사된 미사일은 40여분간 930여km를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정상 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최대 1만㎞가량을 비행할 수 있으며 이 정도 거리라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12번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6번째인 북한의 미사일 미사일 도발 사례를 정리했다.
제 1차 도발(2월 12일): 美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번째 탄도미사일 도발’
지난 2월 12일 북한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7시55분쯤 평안북도 방현 비행장 일대에서 동해 쪽으로 발사한 미사일이 고도 550㎞로 약 500㎞를 날아가 동해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북극성-2형’ 미사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지대지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동식 궤도형 발사대에서 즉각 발사 가능하다. 북한은 발사 다음 날인 2월 13일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인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탄 북극성-2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북 강경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는 트럼프 정부에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도발이라고 분석했다.
제 2차 도발(3월 6일): ‘1,000km’를 날아 일본의 EEZ까지
지난 3월 6일 북한은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스커드-ER 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약 1,000㎞를 날아갔으며 이중 3발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낙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미사일 도발은 3월 1일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FE) 훈련이 시작된 지 닷새 만에 이뤄진 터라 이를 겨냥한 도발로 분석된다. 게다가 미국 백악관이 한국에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비롯해 대북선제타격 등의 군사적 옵션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여서 미국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반발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상당히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 3차 도발(3월 22일): ‘한 발’의 굴욕
지난 3월 22일 북한이 강원도 원산비행장 일대에서 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미사일 1발이 발사 후 몇 초 만에 폭발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패한 미사일은 무수단 중거리미사일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도는 B-1B 무력 시위에 대한 경고로 풀이됐다. 비슷한 시각 한미 공군이 서해 군산 앞바다의 무인도인 직도 사격장에서 미국측 B-1B 전략폭격기와 연합훈련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앞서 15일 강원 영월 필승사격장에서 B-1B가 폭격훈련을 실시하자 “미제가 핵폭탄 투하연습을 벌였다”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제 4차 도발(4월 5일): 60km 비행 시간은? ‘9분’
지난 4월 5일 오전 6시 42분쯤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고도 189km까지 치솟아 9분간 약 60km를 비행하다 동해상에 추락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신포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지가 있는 곳이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이 5일 발사한 미사일을 중거리 ‘북극성 2형’일 것으로 추정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초기 분석작업 결과 KN-15계열의 탄도미사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KN-15는 2월 12일 500여㎞를 날아간 고체연료 미사일 북극성 2형으로, 북한이 개발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같은 계열이다.
제 5차 도발(4월 16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방한 기념…발사 ‘5초’ 만에 펑
지난 4월 16일 북한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방한에 맞춰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전 6시21분 오전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미사일 발사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기종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 미사일은 발사 후 4~5초 후에 폭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전날인 4월 15일 열린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에서 개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3종의 ICBM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군사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분석됐다.
제 6차 도발(4월 29일): ‘3 번’에 걸친 실패, 굴욕의 4월
4월 29일 오전 5시 30분 북한이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북동방향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나 공중에서 폭발했다. 이날 쏘아 올린 탄도미사일은 최대 고도 71㎞까지 올랐다가 공중 폭발했고 잔해는 동해 상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이달 들어 미사일을 세 차례나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주목해야 하는 건 발사장소다. 북한이 4월 5일과 16일 쏘아 올린 미사일은 모두 해안인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쏜 것이다.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미사일의 경우 폭발 위험성을 고려해 바닷가에서 쏘는 게 북의 관행이다. 따라서 4월 29일 내륙인 북창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성능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4월 5일, 16일 잇따라 발사한 북극성 계열 미사일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를 겨냥한 무력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중국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바람을 무시한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제 7차 도발(5월 14일): 남한 새 정부출범 ‘4일’ 만에 첫 도발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째인 5월 14일 북한이 동해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전 5시27분쯤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KN-17) 1발을 발사했고 미사일은 약 790㎞ 날아가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북한은 ‘화성-12’에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권 초기에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 이 같은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칼빈슨 항모전단이 동해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는 중에 미사일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미국의 대북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제 8차 도발(5월 21일): ‘발사 8분’만에 보고받고 상임위 소집
5월 21일 오후 4시59분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1발이 최고 고도 560km까지 상승해 500km를 비행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발사한 탄도 미사일은 북극성-2형”이라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완전히 성공한 전략무기’라고 평가하고 부대 실전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 양산의 사저에서 휴식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8분만에 보고를 받고 곧바로 국가안보실(NSC) 상임위 소집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오후 6시 27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 9∙10차 도발(5월 27일, 5월 29일): 불과 ‘이틀’ 사이에 두고
5월 27일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대공 유도미사일 ‘번개-5형’(KN-06)을 함경남도 선덕 일대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시험발사 했다. 여기에 이틀만인 29일 북한은 강원 원산일대에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합동참모본부는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가 약 450㎞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원산은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잠수함 기지가 있는 곳이라 북한의 SLBM 추가 발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제 11차 도발(6월 8일): 새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다섯 번째’
지난 달 8일 오전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지대함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여러 발을 동해 방향으로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한 뒤 5번째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비행거리는 약 200km다. 합참은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느리고 파괴력이 약한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은 지금껏 일일이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 12차 도발(7월 4일): 7일 ‘G20’의 선택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사흘만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이번 실험이 한미 양국의 대북 공조에 반발하는 의미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가운데 사흘 뒤인 오는 7일부터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릴 주요20개국(G20) 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데다가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 가능성이 예상돼 있어 국제사회의 대북공조에 북한이 어떻게 대응 할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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