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체제 구축’ 메시지에 유탄
미ㆍ일ㆍ중ㆍ러와 대응 논의할 듯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 성공을 발표하면서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대화 재개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비상이 걸렸다. 문 대통령은 4박6일 간 일정으로 독일 공식 방문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5일 출국한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독일 방문 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방안에 대해 각국의 이해를 구하려 했으나,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하되, 대화를 병행한다는 기조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됐다”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굉장한 유감을 표시할 수밖에 없고, 거기에 대한 압박과 대응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열에 동참하면서도 북핵 해법 모색을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대화재개의 전기를 마련하기도 전에 북한이 ICBM 발사라는 도발로 응수하면서 한미 정상화담의 성과로 꼽히는 우리 정부의 북핵 주도권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6일 오후 12시40분(한국시간 오후 7시40분) 베를린 쾨르버 재단 초장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주제로 한 연설이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대화 재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담은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단절됐던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신(新) 베를린 선언’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ICBM 발사로 메시지 수정은 불가피해졌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뒤 지난 미국 방문 도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했던 한ㆍ미ㆍ일 정상 만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 자리에선 북한 도발에 대한 공동 대응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7일부터 이틀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주요국 정상들과 만나 북한 도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7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청와대는 “양국 정상 차원의 긴밀한 소통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양국 간 교류,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의견을 폭넓게 교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한일 간 긴밀한 공조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고,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한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어 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선 각국 정상들과 ‘상호 연계된 세계 구축’이란 주제로 G20 정책 공조방안을 논의한다. G20 정상회의에선 ▦세계경제ㆍ무역ㆍ금융 ▦기후변화 및 에너지 ▦디지털화 및 고용 ▦개발, 테러, 이민ㆍ난민, 보건 등의 현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독일에 도착한 5일에는 베를린에서 프랑크 발터 슈타인 마이어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겔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갖는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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