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판에게 현금을 전달해 파문을 일으킨 두산이 야구장을 찾은 팬들 앞에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두산 구단 프런트 전 직원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t와 홈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 안 마운드에서 팬들에게 사과했다. 심판한테 돈을 건넨 당사자인 김승영 두산 사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신임 대표이사에 오른 전풍 사장은 첫 공식 석상부터 “불미스러운 일로 팬 여러분들께 큰 고통을 드렸다”며 “두산 팬 여러분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과 사랑 덕분에 여기까지 왔고, 팬들이 있기에 서울을 대표하는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두산은 클린베이스볼에 앞장서겠다”며 “앞으로 어떠한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구단 사장이 바뀌고 팀도 연패에 빠져있었던 탓에 선수단 분위기는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선수들은 침묵 속에 훈련에만 집중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말을 아꼈다. 팀의 외부적인 문제보다 최근 10경기에서 2승8패의 저조한 성적에서 탈출구를 마련할 생각뿐이었다. 김 감독은 “(승률 5할에서) 더 떨어지면 안 된다”며 “위를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올스타 베스트 12’에 선정된 내야수 최주환 역시 올스타 선발에 대해 기뻐하기보다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신임 사장과 함께 분위기를 수습하겠다”고 했던 두산 측은 김 전 사장이 심판에게 돈을 건넨 것에 대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반성하면서 대가성이 아닌 개인적인 차원에서 빌려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도 사표를 제출할 때 “승부 조작이나 심판 매수 의도는 절대 없었다는 사실을 꼭 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전 사장과 오랜 인연을 이어갔던 한 야구인은 “나쁜 목적을 갖고 돈을 빌려줄 분이 아니다”라며 “한국 야구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는데 안 좋게 떠나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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