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구성 이번 주 마무리
우파 재건 대장정 시작할 것”
지명직 최고위원엔 측근 임명
친홍 체제 구축도 본격 시동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쇄신 속도전’을 시작했다. 취임 일성으로 밝힌 인적ㆍ조직ㆍ정책 혁신의 전권을 쥘 혁신위원회도 이른 시일 내에 전원 외부인사로 꾸리겠다고 선언했다.
홍 대표는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의 보수 우파를 재건하는 대장정을 시작한다”며 “인적ㆍ조직ㆍ정책의 3대 혁신 추진을 위해 즉각 혁신위 구성에 착수해 금요일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또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반대에도 지명직 최고위원에 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을 임명했다. 지도부에서 빠진 부산ㆍ경남(PK) 출신을 배려한 인선이라고 설명했지만, ‘친홍 체제’ 구축에 본격 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 대표의 쇄신 속도전에 대해선 우려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내부 총질은 안 된다면서도 쳐낼 건 쳐내야 한다는 건 이중적인 말 아니냐”며 “3년이나 남은 총선에 적용할 공천 룰을 정비하겠다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홍 대표는 취임 일성에서 친박계를 향해 ‘국정파탄 관련자’를 가려내야 한다면서 ‘차별적 청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벌써부터 의견이 엇갈린다. 대선을 거치며 홍 대표의 측근으로 부각된 이철우 최고위원은 이날 “친박 핵심으로 있던 분들은 자진해서 자숙하는 분위기가 좋지 않겠냐는 게 홍 대표의 생각”이라면서도 “당무감사라든지 이런 걸 통해 제도적으로 (국정파탄 관련자를 청산)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 강경파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홍 대표는 ‘친박 청산’이니 하는 표현이나 행동을 하지 않고 지금은 화합해서 가야 할 때라는 인식을 확실히 갖고 있다”고 해석했다.
혁신의 칼자루를 쥘 혁신위원장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홍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한 만큼 당내 이해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안을 밀어붙일 인사를 인선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비 정치권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현역 의원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인 공천 룰까지 포함해 전광석화 같은 혁신을 하려면 기존 정치권에 몸 담았던 인사는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당 일각의 우려에도 홍 대표는 당내 갈등을 불사하고라도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홍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국민들이) 싸우지 말라고 한다는데 우리는 싸우면서 (당을)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홍 대표는 이날 오전 첫 공식일정으로 신임 최고위원들과 함께 국립 현충원을 참배해 방명록에 장자의 천하편에 나오는 ‘즐풍목우(櫛風沐雨ㆍ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몸을 씻는다)’를 적었다. 긴 세월 난관을 무릅쓰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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