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이 ‘서울’의 곡 분위기가 우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서울이 제일 어두웠던, 광화문에서 촛불집회 할 때 곡을 썼거든요.”
가수 이효리(38)가 4일 신곡 ‘서울’을 만든 시기를 이같이 밝히고 “요동치는 서울을 보며 내가 살던 고향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곡을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이효리가 ‘서울’을 만들고 있을 때,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에 절망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분노로 가득 찼던 때다.
혼란스러운 사회적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창작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효리는 이날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연 6집 ‘블랙’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도시를 찬양하는 곡도 많지만 도시의 어두운 면과 거기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우울함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2013년 결혼한 뒤 서울에서 제주로 삶의 둥지를 옮긴 이효리는 ‘서울’을 6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꼽았다. 이효리는 ‘서울’에서 “또다시 나 너를 찾을까 아니 잊을까 아니 그리울까”라고 고향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을 동시에 드러낸다.
앨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블랙’은 동명 타이틀곡을 비롯해 수록 곡들의 분위기가 어둡고, 사색적인 내용이 담긴 노래가 주로 실렸다. 이효리를 스타덤에 올려 놓은 히트곡 ‘텐미닛’과 ‘유고걸’ 같은 경쾌한 분위기의 댄스 곡은 ‘러브 미’ 단 한 곡뿐이다.
대신 이효리는 음악적 실험을 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소신을 새 앨범에 녹였다. 이효리는 인도 전통 악기 시타와 록 사운드를 결합(‘블랙’)해 노래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위안부 할머니 문제(‘다이아몬드’)까지 이야기한다. 그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변화를 해야 끝까지 살아 남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앨범은 예전 이효리와 지금의 이효리의 과도기적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3집 ‘잇츠 효리시’와 4집 ‘에이치 로직’ 등 자신의 영어 이름 혹은 이니셜을 붙여 자기 중심적인 노래를 주로 불렀던 이효리는 “돌아보니 ‘진짜 내 자아가 강대했구나’, ‘나 밖에 안 보였구나’란 생각이 들더라”며 “(제주에서) 평범하게 살다 보니 나도 평범한 사람이고 자연스럽게 주변의 얘기에 귀 기울이며 시선을 밖으로 돌리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효리는 제주에서의 삶으로 인한 변화로 “예전의 나로 돌아간 것”을 들었다. 데뷔 전 이발소를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소박하게 청소년기를 보냈던 때의 자신이다. 1998년 그룹 핑클로 데뷔 2003년 솔로로 홀로선 뒤 ‘가요계 섹시퀸’으로 불렸던 이효리는 2010년 이후 동물과 환경 보호에 앞장서며 자연친화적 삶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그는 “제주에서의 생활과 남편과의 결혼, 요가, 세월의 흐름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답했다.
이효리의 새 앨범 발표는 2013년 낸 5집 ‘모노크롬’ 이후 4년 만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만큼 KBS2 ‘뮤직뱅크’ 등 지상파방송 음악 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 6집에 싣지 않은 미공개 곡을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는 이효리는 “여성 음악인은 젊고 예쁠 때 활발히 활동하다 나이 들면 묻히는 경향이 있다”며 “화려한 겉모습은 죽지만, 생각은 깊어지기 마련인 만큼 내면을 키워 세상에 대한 관심과 곡에 담길 메시지를 더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팜므파탈’ 이효리는 여전히 파격을 꿈꿨다. 그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뒤에도 사람들이 ‘이효리가 저런 노래를 불러도 돼’라고 놀랄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웃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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