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환경 규제 완화’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각종 환경 규제를 되돌리는 조치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ㆍACA) 폐지와 함께 ‘오바마 유산’을 지우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3일(현지시간)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규제를 2년 유예키로 한 환경보호청(EPA)의 결정을 불허했다.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규제 유예는 환경보호청장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며 2대1로 환경단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석유회사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제한하는 규제는 오바마 행정부 말기인 지난해 제정돼 올해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스콧 프루이트 EPA 청장은 4월 재검토 계획을 밝히면서 90일간 시한을 연장했다. 지난달에는 규제 이행 보류 기간을 2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반발한 환경단체 6곳이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규제 도입 전 관련 업체들에 충분한 소명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다는 프루이트 청장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 비영리단체 천연자원방어위원회(NRDC)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환경 보호보다 기업 이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뻔뻔한 시도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환영했다.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 출신인 프루이트는 대표적인 환경규제 폐지론자이다. 행정부 입성 전부터 석유ㆍ가스 업계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청장 취임 뒤에는 오바마 정부 때 만들어진 환경 관련 규정들을 폐지ㆍ연기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해 왔다. EPA 관계자는 “판결문을 꼼꼼히 검토한 뒤 다른 대응 수단이 있는지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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