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학년부터… 유행처럼 번져
주요대학 수강인원 작년보다 ↑
‘학점당 10만원’ 또다른 부담으로
서울 A대 경제학과 2학년 1학기를 마친 정모(22)씨는 이번 여름 계절학기에 2학기 과목인 ‘미시경제학2’를 미리 신청해 듣고 있다. 정규학기에도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을 여름방학을 이용해 미리 듣는 셈. 정씨는 “계절학기에 미리 학점을 따 아낀 3학점은 2학기에 다른 과목으로 채울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계절학기를 활용하면 4학년 때 이수 학점이 줄어 취업 준비에 전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취업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저학년 때부터 계절학기를 수강해 ‘취업 준비 시간’을 미리 확보하려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각 기업에 입사원서를 낼 수 있는 ‘졸업예정자’가 되는 4학년 2학기에는 학교 수업을 최소화하고 취업에 올인(all in)하겠다는 전략이다.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추가 부담 비용이 만만치 않아 시름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4일 서울 주요 대학에 따르면, 올해 여름 계절학기 수강생은 지난해보다 대부분 증가했다. 이화여대는 이번 여름 계절학기 수강 인원이 3,612명으로 지난해보다 10% 늘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각각 3,457명, 3,902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00명 정도씩 많아졌다.
저학년인 1, 2학년생의 유입이 계절학기 증가세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계절학기는 주로 필수과목에서 낮은 학점을 받은 3학년 이상 고학년 학생이 학점 관리 차원에서 재수강 기회로 많이들 이용했는데, 최근에는 특정 과목 첫 수강을 계절학기에 한다는 것이다. 실제 2007년부터 계절학기 강의를 맡아 온 한 대학 교수는 “최근 1, 2년 새 저학년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일종의 선(先)수강을 통해 학생들이 얻는 건 ‘시간’이다. 예컨대 1, 2학년 방학 때마다 이뤄지는 계절학기 네 번에 6학점씩 정규학기 과목을 들으면 24학점을 채울 수 있어, 정규학기 한 학기(최대 23학점 이수) 동안 수업에서 해방(?)될 수 있다. 취업난이 너무 심각하다 보니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에 학업과 취업준비를 병행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계절학기를 통해 미리 시간을 확보한 선배들이 취업전선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는 학습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3학년 구모(24)씨는 “2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미리 들을 수 있는 강의는 모두 이수했다”라며 “절약한 시간은 학원 수강과 대외활동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계절학기 이수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학점당 10만원에 가까운 계절학기등록금은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연세대 3학년 이모(24)씨는 “취업 문이 워낙 좁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낙오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며 “이제는 계절학기 비용도 엄연히 취업비용으로 넣어야 한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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