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소속인 크리스 크리스티 미 뉴저지 주지사가 2일(현지시간) 예산부족을 이유로 폐쇄된 주립공원 해변에서 가족과 휴식하는 장면이 현지 언론에 포착돼 조롱거리가 됐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법무장관 후보로 입길에 오르기도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날 오후 뉴저지주 북동쪽 해변인 아일랜드비치 주립공원을 찾아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한 현지 언론이 공중 촬영을 통해 공개한 사진들을 보면 크리스티 주지사와 가족, 친구들은 수영복을 입거나, 가벼운 옷차림을 한 채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하거나 담소를 하고 있다. 원경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이들 이외에 해변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다. 뉴저지주정부는 예산안 타결시한인 지난달 30일 자정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셧다운’을 선언했고, 1일부터 주립공원 등에 대해 강제폐쇄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아 이곳을 찾으려했던 일반인들이 발길을 돌리는 사이 주지사 가족이 사실상 해변을 전세 내 사용한 셈이다.
이 사진이 공개된 후 해변에서 관용헬기를 타고 110㎞가량 떨어진 트렌튼의 관저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한 크리스티 주지사는 어이없는 해명으로 빈축을 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가족들이 묵는 곳이라 갔다. 혼자 있는 것보다 가족하고 있는 게 낫지 않느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일광욕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사진 속에서 그가 선베드에 앉아있는 모습이 분명히 드러나지만 그의 대변인은 “야구 모자를 쓰고 있어서 일광욕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정한 행동이었냐는 질문에 “원래 그런 것, 지사가 돼봐라, 그곳에 숙소를 가질 수 있다”고 자기변호까지 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를 비난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랐다. 3일 극적으로 예산안이 타결돼 연휴 마지막날인 4일 이 주립공원은 다시 일반인에게 공개될 예정이지만, 이날 ‘주지사님, 아일랜드비치 주립공원에서 나가세요’라는 플래카드를 단 경비행기가 해변 위를 날아다니는 등 비난은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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