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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에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고양이’가 탄생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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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에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고양이’가 탄생하기까지

입력
2017.07.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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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3일 중국 북경에서 뮤지컬 ‘인간이 되고 싶었던 고양이’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공연됐다.

이 뮤지컬은 일본 극단 사계가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1979년 일본에서 초연한 후 2017년까지 2000회 이상 공연을 했다. 아직도 일본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작품의 내용은 간단하다. 사람이 되고 싶은 고양이 ‘라이오네르’가 이틀간 사람으로 변해 겪는 일들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이야기다.

사계에 있을 때부터 좋아하던 공연이라 함께하자는 제의에 고민 없이 참여했다. 배우들은 4월부터 일본의 안무가와 하루 12시간씩 훈련을 했고 나는 5월말에 음악 코치로 합류했다. 그런데 상황이 난처했다. 이 작품은 남녀 모두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처럼 춤을 추고 특히 남자들에게는 아크로바틱 실력까지 요구되는 작품이라 배우 대부분이 무용 전문이었다.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다. 기본 호흡과 발성훈련 등 지겹고 힘든 시간이 필요했다.

안무연습으로 지쳐있는 그들에게 노래 훈련은 무리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동역자들의 도움으로 짧은 시간에 놀랄 만큼의 변화가 있었다.

나를 도운 이들은 라이오네르을 맡은 배우와 댄스 캡틴으로 2005년 무렵 극단 사계에 함께 있었던 동기들이다. 내 기억 속 그들은 사계에서 아크로바틱으로 무대를 훨훨 날아다니는 귀여운 중국인들이었다. 그들의 기억 속에 남은 나는 한국에 있는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또 일본어와 공연 연습이 힘들어서 숙소와 연습실을 오가는 길에 눈물을 흘리며 걷곤 했던 ‘울보 공주’였다. 그랬던 우리가 10년이 훌쩍 지나서 중국 북경에서 각 파트의 리더가 되어 다시 만난 거였다.

일본 생활을 막 시작 했을 때, 매일 같이 일본어 수업을 하고 단어시험을 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서로 아는 단어가 비슷하니 그 단어 내에서 더듬더듬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엔 의사소통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중국어와 일본어로 서로 소통하며 중국 뮤지컬 배우들을 가르쳤다.

여러 작품을 해봤지만 이렇게 ‘척하면 척’ 하는 식으로 통하는 연습은 처음이었다.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작품을 만드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라이온킹’을 일본 사계에서 준비할 때도 한국의 배우, 스텝들과 일본인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중국에서 ‘상해탄’을 만들 때도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의 스텝들이 문화와 사고의 차이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번엔 달랐다. 극을 만들어가는 리더들이 10년 전 함께 훈련했던 동료라 그런지 훈련의 필요성과 그 이유를 이해시키는데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무조건 믿어주고 열심히 따라와 주는 분위기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극에 참여하지 않은 옛 중국 동료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간식을 사 들고 와서 응원해주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건 하나였다. '우리가 배우고 훈련했던 것들을 최대한 발휘해서 뮤지컬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까지 감동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10년 전 함께 웃고 울며 쌓았던 우리의 우정과 신뢰일 거였다.

문화에서 가장 주요한 테마는 소통이다. 작품이 가지는 소통의 힘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무대를 만드는데도 소통이 중요하다. 그래야 디테일이 살아 숨 쉬는 극을 완성할 수 있다. 또한 그 디테일들이 관객들과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단초로 작용한다. 소통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만 해도 10년 이상의 우정을 쌓았다.

이렇게 좋은 마음이 모인 작품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한다. 아시아의 뮤지컬 시장이 소수를 위한 공연이 아니라 극에 감동받는 관객이 늘어나 가장 ‘대중적인’ 분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홍본영 뮤지컬 배우

홍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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