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에 대한 5가지 오해와 진실
백혈병은 2000년대 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불치병 단골 소재였다. ‘백혈병=불치병’이라는 등식이 자리 잡은 이유다. 이젠 백혈병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특히 백혈병 가운데 가장 많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은 2001년 표적항암제 출시 후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됐다. 하지만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으면 환자나 가족은 여전히 오해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오해와 진실을 짚어본다.
①만성골수성백혈병은 치료가 어렵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10여 년 전만 해도 진단 후 5~7년 내 사망할 만큼 완치가 힘들었다. 2000년대 표적항암제 이매티닙이 개발된 이후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관리하는 만성질환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한 기관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해당 기관에서 1975년 이전까지 6%에 불과했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8년 상대 생존율은 2001년 87%까지 향상됐다. 현재 2세대 표적항암제를 중심으로 약물치료를 중단해도 재발되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기능적 완치’와 관련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그 결과, 48주 동안 기능적 완치 가능성을 확인한 2세대 치료제도 있어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점점 더 완치에 가까워지고 있다.
②백혈병이면 무조건 큰 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치료할 때는 어느 병원을 택하느냐 보다 전문의 권고에 따라 약제를 꾸준히 충실히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추적 검사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유럽과 미국에서 제시하는 국제 치료지침이 잘 정립돼 있다. 이를 국내 현실에 맞게 개정한 한국 치료지침도 마련돼 있다. 국내 혈액내과 전문의라면 이런 표준지침에 따라 치료하므로 병원에 따라 치료법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③만성골수성백혈병의 제일 좋은 치료제가 있다?
현재까지 만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의 1차 치료에 승인된 약으로는 1세대 치료제(이매티닙)와 2세대 치료제(닐로티닙, 다사티닙, 라도티닙)가 있다. 1세대 치료제 이매티닙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 역사를 ‘이매티닙 전후’로 나눌 만큼, 우수한 효과를 보이며 만성골수성백혈병 최초의 표준요법으로 자리잡았다.
2012년 새롭게 출시된 2세대 치료제의 경우 1세대보다 빠르고 좋은 치료반응을 통해 가속기 및 급성기 진행을 줄인다. 특히 진단 시 예후가 나쁠 것으로 분류된 환자라도 상대적으로 효과가 더 좋게 나오고 있다. 이 약들은 모두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약마다 암 유전자(BCR-ABL) 활성을 억제하는 강도가 다르고, 치료제 내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돌연변이 유전자에 대한 활성도도 달라 약 효과와 함께 환자 나이, 기저(基底) 질환, 약물 순응도, 예후 인자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택해야 한다.
④치료경과가 좋으면 유전자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유전자검사(분자생물학적 검사)란 필라델피아 염색체 내부의 암 유전자(BCR-ABL) 이상을 직접 확인해 유전자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측정하는 검사다. 유전자검사는 암 유전자가 처음 진단 시 1,000분의 1로 줄어든 상태를 뜻하는 주요 분자생물학적 반응(MMR)을 달성할 때까지 3개월마다 이후엔 3~6개월마다 시행하는 게 표준지침이다.
정기검진을 통한 모니터링은 치료 순응도, 무증상 생존기간 등을 높이고, 입원율과 치료비, 증상악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정기 유전자검사 결과, 암 유전자가 거의 검출되지 않는 상태(MR4.5단계)에 도달해야 하지만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도 주기적 검사만으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적 완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기능적 완치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새 치료목표가 되고 있다.
⑤백혈병 치료제를 먹으면 일상생활이 어렵다?
그렇지 않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약물 치료만으로도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질환이다. 치료 초기와 약 복용에 큰 문제가 없다면 100%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다만, 정해진 시간에 약을 꾸준히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2세대 치료제 도입과 다양한 임상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어 더 나은 치료 환경을 기대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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