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정당한 정책 판단” 혐의 부인
조윤선, 변호사 남편 최후 변론에 눈물
27일 선고…위증 혐의도 관건
‘문화 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하고 관리한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7인방에게 모두 무거운 형이 구형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마지막 공판에서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에게는 징역 6년을,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각각 징역 5년이 구형됐다.
특검은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ㆍ관리가 부당한 정치 탄압이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특검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사람이 문재인을 지지하는지 여부는 국가 안전 보장과 전혀 무관하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비서관 권한은 무한하다”며 이들이 권력을 남용해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에게 원래 해야 할 업무가 아닌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를 하게 만들었으니 직권남용및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실장 측은 최후 변론에서 정당한 정책 판단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좌파단체 지원 배제와 관련한 자신의 발언이 적힌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수첩에서 기재 경위를 확인할 수 없으니 자기 발언임을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실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업무라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환자용 수의를 입고 피고인 최후 진술에 나선 김 전 실장은 “명단을 문체부에 내려보내서 집행하도록 지시하지 않았고 집행 상황을 보고받은 일도 없다”며 “문건은 특검 조사 때 처음 봤다”고 강조했다.
재판 내내 미동 없이 담담한 모습을 보였던 조 전 장관은 남편인 박성엽 변호사가 직접 자신을 위해 최후 변론에 나서자 흐느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박 변호사는 “그간 저희가 할 수 있는 말은 ‘우리가 한 적 없다’고 외치는 것 밖에 없었다”며 “배우자라는 것은 가정을 꾸리고 같이 자식 낳아 기르고 같이 운명하는 것이다.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이제 하늘과 운명과 재판 시스템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눈물 흘리는 조 전 장관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전 장관은 최후 진술에서 “앞으로 남은 인생도 문화 예술과 문화 예술인을 사랑하는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꿈”이라며 “문화인들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와 관련해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게 적용된 직권남용과 강요죄는 법정 최고형이 5년이지만 국회 위증죄는 최고형이 10년이다. 여러 혐의를 동시에 받고 있으면 그 가운데 가장 높은 형의 50%까지 가중해 선고할 수 있어 김 전 실장이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은 징역 15년이다. 블랙리스트 관련자 선고 공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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