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서 일당 1명 검거 과정 도주
“모텔 투숙” 제보 받고서야 검거
경남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부녀자를 납치ㆍ살해한 용의자 2명이 서울의 한 모텔에 서 3일 검거됐다. 경찰이 사건 현장인 경남 일대를 집중수색하는 동안 범인들은 현장을 유유히 빠져 나와 서울에서 줄곧 숨어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초동 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경남경찰청은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서울 중랑구 면목동 한 모텔에서 투숙해 있는 심천우(31)와 강정임(36ㆍ여)을 검거해 창원서부경찰서로 압송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부부가 함께 골프연습장을 찾았다가 각자의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출발했으나 “아내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남편 신고로 비공개 수사에 착수, 같은달 27일 새벽 경남 함안군 가야읍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일당 3명 중 심모(29)씨를 검거했으나 나머지 2명은 근처 야산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공개수배를 결정하고 현상금도 최고 500만원을 내걸었다. 경찰은 함안과 진주 등 예상 도주로와 무인텔 등 예상 은신처 등에 대한 집중 수색에 지난 2일까지 연인원 7,800여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지난달 27일 경남 함안에서 검거돼 구속된 일당 3명 중 1명인 심모(29)씨의 경찰진술과 사건현장 및 도주로 등에 대한 경찰의 폐쇄회로(CC)TV분석 결과 이들은 별다른 전과가 없는 초범이 저지른 범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치밀함과 대범함을 보였다.
구속된 심씨는 서울에서 지내다 6촌형인 심천우의 부름을 받고 창원으로 내려와 형의 여자친구 강정임과 함께 범행대상을 물색했다. 이들은 24일 창원시 의창구 북면의 한 골프연습장 지하 주차장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외제 승용차를 타고 온 A씨가 오후 8시30분쯤 운동을 마치고 나오는 것을 발견, 자신들의 차에 납치해 경남 고성군으로 향했다.
고성의 한 폐주유소에서 A씨를 살해한 이들은 경남 진주 진양호 인근에 사체를 유기한 뒤 전남 순천으로 잠입했다. 이들은 이후 광주의 한 은행 현금인출기(ATM)에서 숨진 A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400여만원을 인출한 뒤 다시 함안으로 들어왔다.
범행 현장에서 전남 순천과 광주를 넘나 들었던 이들은 미리 준비한 훔친 번호판 1개와 위조 번호판 1개를 수시로 바꿔 달았는가 하면, ATM기 들어갈 때는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광주동부경찰서의 공조로 일당 3명이 함안에 잠입한 사실을 확인한 경남경찰은 지난달 27일 새벽 검거 작전에 나섰으나 주범 2명을 눈앞에서 놓쳤다. 경찰은 다음날 공개수배와 함께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으나, 이들은 이미 지난 달 28일 서울에 잠입, 중랑구의 한 모텔에 투숙해 이달 4일까지 숙박비를 선납한 뒤 줄곧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발생 10일째인 3일 오전 뒤늦게 전국 단위 일제검문을 실시키로 했고, 다행히 시민 제보를 받고 이날 오전 심씨 일당 2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행각이 치밀한 점으로 미뤄 또 다른 공범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하는 한편,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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