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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까지 실적 지난해의 3배
현대-삼성-대우 하반기도 청신호
영국 기관 “올해 중국 확실히 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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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불황에 단기 일감 절벽은 여전
대량실직 코앞 경쟁력 저하 위험
“수주 가격 낮아 수익성 높여야”
우리 조선업이 세계 수주점유율 1위 중국과 격차를 줄이며 5년 만에 정상을 탈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일감절벽으로 인한 대량실직과 저가수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업황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3일 영국 조선ㆍ해운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 28일까지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은 25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거둔 실적(84만CGT)의 3배가 넘었다. 지난해 상반기 12%에 머물렀던 세계 수주점유율도 34%를 차지하며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12년 이후 5년 만에 1위 탈환이다. 중국이 지난달 29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을 수주하는 등 수주량을 늘려 막판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으나 하반기에 우리 조선사들의 수주 예상 물량이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올해 조선 수주 1위 탈환은 확실시되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 중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지난달 28일까지 72척, 42억달러를 수주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올 연간 수주목표인 75억달러(특수선 제외)의 60%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 수주실적은 13척, 10억달러에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13척, 48억달러를 수주했다. 수주물량은 현대중공업보다 적지만 대규모 해양플랜트 두 건을 수주하며 수주액에서 앞섰다. 정부 지원으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대우조선은 자구안을 이행하는 한편 꾸준히 수주 실적을 쌓으며 적자 사슬을 끊는 데 성공했다. 대우조선은 같은 기간 7척, 7억7,000만달러를 수주했으며, 올해 말까지 자구목표인 2조7,100억원(전체 5조3,000억원) 가운데 2조650억원을 달성해 76.2%의 자구안 이행률을 기록했다.
하반기 수주 전망도 밝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LNG운반선 12척,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6척 등 총 18척, 27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논의 중이고, 삼성중공업은 14척 17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추진 중이다. 대우조선도 상반기에 체결한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ㆍ재기화 설비) 1척, VLCC(초대형 유조선) 5척에 대한 건조의향서가 본계약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주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수년간 이어진 불황으로 일감 절벽에 직면해 있다. 지난 1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을 연 지 7년 만에 가동 중단에 들어감에 따라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도 일감 부족으로 일부 독이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대규모 실직 사태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일감부족으로 실직하는 숙련 기술자들이 중국 등의 경쟁사로 자리를 옮기거나 전직을 할 경우, 1년 6개월이나 2년 후 올해 수주한 선박 건조가 본격화할 때 인력난이 벌어질 수 있고 자칫 한국 조선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수주 실적 뒤에 감춰진 저가 수주도 조선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건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국내 조선사들이 상반기에 수주한 선박 가격은 낮은 수준이라, 향후 건조 시점에 적자가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도 “현재 수주는 수익성보다 수주잔량 확보 차원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향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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