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폭탄과 함께 ‘지각 장마’가 시작됐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일 0시부터 3일 오전 10시까지 서울∙경기∙강원 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누적 강수량은 경기 가평 신천리 221.0㎜, 경기 남양주 창현리 217.0㎜, 서울 성북구 183.0㎜ 등으로 100㎜를 훌쩍 넘었다. 강원 지역도 홍천 내면 343㎜, 춘천 남산면 252㎜, 횡성 청일면 210㎜ 등을 기록했다. 이 같은 강수량은 우리나라 평년(1981~2010년) 장마기간 강수량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평년 장마기간 강수량은 356.1㎜다.
집중호우로 경기∙강원 일대에서 행락객 고립, 도로 침수, 낙석, 빗길 교통사고 등 비 피해도 속출하자 기상청은 호우경보를 내리고, 비 피해가 없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10년 간 전국 평균 장마 강수량 추이를 보면 높고 낮음을 반복하다 지난 3년간은 ‘마른 장마’의 모습을 보였다. 강수량이 적은 해엔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졌으며 물 폭탄이 쏟아진 해엔 인재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2010년 이후 장마와 관련된 각종 사건 사고를 정리했다.
2011년: 배수구 없는 대형 수조가 된 서울

2011년 여름에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많은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1년 장마철 강수량은 590.3mm로, 평년보다 200mm 이상 많은 비가 내렸다.
도심 곳곳에서 산사태나 침수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 2011년 7월 27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서 230mm에 달하는 집중 호우로 지반이 무너지면서 18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날 오전 상습 침수 구역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사거리, 강남역 일대는 침수대란을 겪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도시 내 포장도로의 급격한 증가를 도시 침수가 발생하는 주원인으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빗물을 하천까지 흘려 보내는 하수관로의 용량 부족도 침수 원인으로 거론됐다.
2014년: 말라붙은 땅에 쩍쩍 갈라진 농심

한편 2014년은 최악의 마른 장마로 기억된다. 6월 말 남부지방에서부터 북상해야 할 장마전선이 제주 인근 해상에서 올라오지 못하면서 6~7월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2014년 전국 평균 장마 강수량은 145.6mm로 평년(356.1mm)의 40.3%였다.
비가 귀해지자 농민들의 눈물샘은 마를 틈이 없었다. 전국 곳곳의 저수지가 바닥을 보였으며 식수까지 끊기는 마을이 속출했다. 농작물은 타 들어가는 데다 가뭄에 가까스로 수확한 농작물의 작황은 좋지 않았다.
2015년: ‘가을 장마’라는 불청객에 낭패 본 겨울 과일

마른 장마는 2년 연속 이어졌다. 2015년 장마 기간 강수량은 240mm로 평년 값인 356.1mm보다 100mm 이상 못 미쳤다. 주요 댐 저수율이 30% 아래로 떨어져 전국 5만여 가구에 제한급수가 실시되고 논밭은 타 들어갔다.

하지만 엉뚱하게 가을에 비가 쏟아지며 겨울 과일인 딸기, 귤의 작황에 타격을 입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5년 11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127.8㎜로 평년(46.7㎜)의 약 2.7배에 달하고 강수일수(14.9일)는 평년(7.1일)보다 7.8일 많았다. 가을 장마의 여파로 햇볕을 많이 쬐지 못한 탓에 전국 딸기 출하량은 전년 동월(2014년 12월)대비 감소했으며 젖은 감귤은 유통 과정에서 쉽게 썩어버렸다. (기사보기 ☞ 때아닌 가을장마에 멍든 농심 )
2017년: 장마 소식에 가슴 졸이는 ‘주의 요망’ 지역 주민들

올해는 드디어 마른장마가 끝나고 시원한 빗줄기가 전국에 쏟아졌다. 하지만 장마가 반갑지만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우선 지난 5월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된 강원 강릉과 삼척 피해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불탄 나무를 모두 베어 낸 바람에 토사가 큰 비에 흘러내리기 쉽기 때문이다. 산불이 났던 지역은 토사 유출이나 산사태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지반 침하로 대피 생활 중인 울릉도 까끼등 마을 주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2월부터 이 일대에서 땅이 내려앉아 도로가 기울고 주택이 금이 가는 일이 발생하자 울릉군은 지난 3월 15일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대피 주민들은 친척집이나 군에서 마련해 준 콘도에서 불편한 생활을 계속 중이다.
울릉군은 장마에 대비해 마을 주변 통행을 제한하고 까끼등 마을 옛 캠핑장 부지 일대와 균열이 난 곳에 임시로 비닐과 천막으로 덮는 등 응급 조치를 하고 있다. 이곳은 지반침하가 가장 심한 곳으로, 장마철 집중 호우로 빗물이 스며들면 침하가 더 심해질 것이 우려되는 곳이다. (기사보기 ☞ 땅 꺼지는 울릉도, 장마 코앞인데 원인 ‘깜깜’)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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