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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플라스틱과 고등어

입력
2017.07.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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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부리고래는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심해성 고래다. 미국의 한 연구소가 민부리고래를 추적 조사했더니 해저 2,992m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그 깊이로 잠수하느라 녀석은 2시간17분 이상 숨을 참았다. 그렇게 깊은 바다를 누벼야 할 민부리고래가 올해 초 노르웨이의 소트라섬 해변에 처참한 꼴로 나타났다. 먹이를 먹은 흔적은 없는데 사탕 포장지, 빵 봉투 등이 위장에서 발견됐고 영양실조 상태 또한 심각했다. 무게가 2톤이나 되는 이 고래는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안락사됐다.

▦ 연구진은 고래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알고 먹었으며 그에 따른 고통이 컸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플라스틱을 고래만 섭취하는 게 아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대구, 고등어 등 영국 식탁에 오르는 어류의 3분의 1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매년 8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드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게 유입된 플라스틱은 파도에 잘게 부서진다고 한다. 물고기가 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삼키고 다시 그 물고기를 사람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종류가 다양하다. 호주 연구진이 남태평양 헨더슨섬의 쓰레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장난감, 칫솔, 안전모, 라이터 등이 발견됐다. 요즘은 페트병이 요주의 대상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전 세계 페트병 음료 소비가 4,860억개이며 2021년에는 5,833억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페트병 중 상당수는 수거되지 않고 바다로 유입된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바닷속 플라스틱이 2025년에는 물고기의 3분의 1 정도가 되고 2050년에는 물고기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 플라스틱은 19세기 후반 코끼리의 개체가 감소, 당구공을 만들 때 사용하는 상아 가격이 급등하자 대체 재료를 찾다가 개발했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군사용품으로 사용처가 늘었고 전쟁 후에는 일상 영역 대부분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수전 프라인켈은 ‘플라스틱 사회’라는 책에서 현대인의 삶과 플라스틱의 관계를 살피기도 했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분해가 잘 안돼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우리가 생선을 먹을 때 플라스틱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니 오싹해진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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