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에게 슈퍼 파워가 주어졌을 때 얼마나 즐거운 일들이 벌어지는지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영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5일 개봉)으로 ‘마블 유니버스’(마블코믹스 캐릭터들로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에 본격 입성한 스파이더맨의 자신감 넘치는 포부다. 마블의 최연소 히어로로 낙점된 영국의 신예 톰 홀랜드(21)는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스파이더맨의 팬이었는데 직접 영화에 출연하게 돼 기쁘다”며 한껏 들떴다.
스파이더맨은 미국 유명 만화전문 회사 마블코믹스가 창조했지만 그간 할리우드 영화사 소니픽쳐스가 판권을 소유하고 있어 마블 영화들에선 볼 수 없었다. 그러다 소니픽쳐스와 영화사 마블스튜디오가 공동 제작에 합의하면서 비로소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번 영화의 부제도 ‘홈커밍(Home Coming)’이다.
마블판 스파이더맨은 지난해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발탁돼 전투에 합류하면서 관객들과 첫 인사를 했다. 이번 영화에선 스파이더맨으로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고등학생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세상을 위협하는 악당 벌처(마이클 키튼)에 맞서면서 진정한 히어로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자신이 히어로가 됐다는 사실에 우쭐해하면서 어벤져스(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마블 히어로들로 구성된 단체)의 멤버가 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파커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홀랜드는 “스파이더맨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10대 소년이라서”라며 “고등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황당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집중해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도 학창 시절부터 학업과 연기를 병행했고 학교에선 인기가 많은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파커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면서 “파커가 스파이더맨이 돼 삶이 변했듯 나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할 만큼 삶이 달라졌다. 하지만 파커처럼 자신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크는 파커에게 최첨단 스파이더맨 복장을 선물하고 진심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멘토와 멘티로 맺어진 스타크와 파커의 호흡도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홀랜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함께 연기하면서 내 꿈이 현실이 됐다”며 “그는 굉장히 친절하고 카리스마 넘치고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는 선배였다”고 추억을 되새겼다.
어벤져스 멤버들 중에선 앤트맨을 가장 좋아한다는 홀랜드는 “스파이더맨과 앤트맨처럼 곤충을 형상화한 캐릭터만 모아서 ‘벅스 무비’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고 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 사장과 농담을 했다”는 뒷이야기도 전했다.
스파이더맨은 앞으로 어벤져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연출자 존 왓츠 감독은 “스파이더맨은 드넓은 슈퍼 히어로의 세계에 새롭고 참신한 시각을 부여할 수 있는 캐릭터”라며 “스파이더맨과 마블 유니버스를 이어 주는 설정들을 많이 심어 놨으니 관객들이 여러 번 관람하면서 그 연결 고리를 발견해 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홀랜드는 영화 속 파커처럼 엉뚱하고 발랄했다. 기자회견이 마무리될 즈음 취재진에게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달라고 부탁하더니 자신을 찍는 취재진을 휴대폰 동영상에 담기도 했다. 홀랜드는 “어제(2일) 레드카펫 행사를 통해 한국 팬들을 만났는데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며 “영화 홍보를 위해 방문한 여러 곳들 중에 한국이 최고”라면서 거듭 감사를 전했다. 왓츠 감독은 “한국에 도착해 차를 타고 오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격투장면이 촬영된 장소를 지나게 돼 신기했다”며 “다음엔 ‘스파이더맨’의 여름방학 버전을 한국에서 촬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보탰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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