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출구조사, 제1당 고이케 도지사측에 내줘
향후 지지율 급락 가속ㆍ개헌정국 동력 상실
‘여성총리 거론’ 고이케發 정계개편 예고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도쿄도(東京都)의회 선거에서 대참패해 일본 정국에 파란이 일고 있다. 사학스캔들을 비롯해 각종 비리 의혹과 불상사로 궁지에 몰린 아베 정권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지역정당에게 직격탄을 맞고 도쿄도의회 내 제1당 자리를 내줬다. 과거 도쿄도의회 선거가 향후 정국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아베 정권의 위기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NHK 등에 따르면 2일 실시된 선거에서 ‘도민퍼스트회’를 비롯해 고이케 지사의 지지세력은 전체 의석(127석) 중 과반(64석)을 넘어선 79석을 획득했다. 도민퍼스트회가 49석을 획득하며 제1당을 차지했고, 여기에 도민퍼스트회와 연대한 공명당이 23석, 무소속 후보가 6석, 도쿄생활자네트워크가 1석 등을 확보하면서 총 79석을 가져갔다.
반면 자민당은 23석을 얻는데 그쳤다. 1965년과 2009년 나온 대패 기록인 38석보다도 저조하다. 공산당은 19석, 제1야당 민진당은 5석을 얻었다.
이번 선거는 지지율 급락 위기를 겪고 있는 아베 총리가 기사회생할지 아니면 반(反)아베 기치를 들어 올린 고이케 도쿄도지사의 돌풍이 태풍으로 바뀔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됐다. 자민당의 패배는 여론조사 결과로도 예고돼왔다.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이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학스캔들’이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해 60%를 넘던 아베 지지율은 36%(마이니치 신문 조사)까지 떨어졌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지난달 테러대책법(공모죄법)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편법을 쓰며 ‘불통’ 이미지를 보인 점도 지지율을 떨어뜨린 요인 중 하나다. 여기에 아베와 같은 호소다(細田)파벌인 자민당 여성의원 도요타 마유코(豊田眞由子·43)가 연상의 남성비서에게 폭언·폭행한 사건이 유세 기간 내내 악재로 작용했고, 측근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장관이 “자위대로서도 (자민당 후보 지원을) 부탁한다”며 자민당 후보에 투표해줄 것을 호소하는 ‘관권선거’ 발언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이번 선거는 아베 총리의 헌법개정 추진 동력을 급속히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지사의 돌풍이 더욱 거세지면서 차기 중의원(하원)에 기존 정당에서 이탈한 의원들을 영입해 전국정당으로 도전할 개연성도 거론된다. 이른바 ‘고이케발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불 것이란 얘기다. 현 중의원 임기는 내년 12월 완료된다.
아베 총리는 도의회 선거는 지방선거일 뿐이라며 선을 그어왔지만, 전체 정치판의 변화를 예고하는 풍향계 역할을 한 사례가 많다. 2009년 중의원선거를 통해 54년만에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되기 한달 전에도 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이 민주당에 참패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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