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리더스] SK텔레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A씨는 매일 오후 집 앞에서 장시간 서 있는 게 일상이었다. 자녀의 어린이집 버스 도착 시간이 매번 달라 아예 일찍 나가 기다리는 게 낫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아이 가방에 사물인터넷(IoT) 위치 추적기를 달아준 A씨는 아이가 어디쯤 오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버스 도착 시간에 맞춰 나갈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의 IoT 전용망을 활용한 위치 추적 기기 ‘지퍼(Gper)’의 활용 사례다. SK텔레콤은 위치측정 서비스 전문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 스파코사의 지퍼를 지난해 11월 출시해 현재까지 1만대 넘게 판매했다.
지퍼는 개발 시작부터 완료까지 SK텔레콤이 지원사격했다. 기기 개발에 필요한 IoT 모듈을 무료로 제공했을 뿐 아니라 무상 개방한 시험공간에서의 사전 테스트, IoT 플랫폼 연동 등도 지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연내 IoT 전용망을 활용한 IoT 서비스를 50여개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상반기에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창업준비자,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 창업 단계에 따라 맞춤형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자와 중소기업 등은 SK텔레콤의 IoT플랫폼, 기반 기술 등을 자유롭게 개발에 활용할 수 있으며, 고가의 시험 시설과 계측기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개발자포럼이나 세미나 등을 주기적으로 열어 신기술과 최근의 경향도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SK텔레콤의 지난해 중소기업 기술 지원 건수는 1만4,000여건에 달했다. 하루 50여건 꼴이다.
SK텔레콤은 ‘상호보완적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노하우, 자본 등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사가 스타트업ㆍ중소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이를 통해 성장한 업체들이 SK텔레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이 스타트업ㆍ중소기업 지원에서 가장 중시하는 건 내수 위주 기업의 해외 진출이다. SK텔레콤은 2015년 대기업 최초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지난해에만 30여개의 협력사가 해외에서 500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렸다. 최근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26억여원 규모의 기업인터넷전화 부가 장비 공급 계약을 맺은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의 이준원 대표는 “SK텔레콤이 IoT 모듈을 적기에 무상 공급하고, 개발 공간을 마련해준 덕에 사업을 쉽게 확장할 수 있었다”며 “글로벌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힘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 전시 동반 참여도 기업들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0년부터 해외 유명 전시회에 유망 스타트업과 협력사를 초청해 함께 전시관을 꾸리고 있다. 지금까지 약 80개 회사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시각 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시계를 공개한 ‘닷’이 대표적이다. 닷은 MWC 전시를 계기로 13개국에서 350억원 규모의 선주문을 받았다.
SK텔레콤은 전시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에 전시 공간 대여, 부스 설치뿐 아니라 항공ㆍ숙박료 등 행사 참가 경비도 모두 지원한다. 단순 비용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전시 기간 글로벌 업체들과 미팅 연계도 돕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뛰어난 사업 아이디어와 기술력에도 글로벌 진출에 제약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관계자들이 모이는 해외 전시 참가는 인지도를 높이는 등 글로벌 진출 초석을 다질 수 있다”고 지원 취지를 밝혔다.
협력사나 스타트업만 지원하고 있는 건 아니다.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청년 창업 활성화 사업도 펴고 있다. SK텔레콤은 창업진흥원과 함께 지금까지 25개 대학 2만명에게 창업 관련 교육을 했다. 잠재력이 우수한 팀은 해외 진출도 지원한다.
청년에게는 기회를 주고 협력사에게는 인재를 연결시켜주는 ‘고용디딤돌’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고용디딤돌은 미취업 청년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1~3개월간의 전문적인 교육을 거쳐 SK 협력사에서 3개월 간 인턴십 기회를 갖는다. 인턴십 우수 수료자는 실제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직무교육과 인턴십 기간 중 급여를 협력사 대신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상생 노력을 인정 받아 SK텔레콤은 지난 6월 28일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에서 5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동반성장지수 평가는 동반성장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과 상생을 얼마나 잘 했는지 평가해 최우수ㆍ우수ㆍ양호ㆍ보통 등 4개 등급으로 발표한다. 김동섭 SK텔레콤 SCM(공급망관리)실장은 “오늘날과 같은 융합의 시대에 동반성장은 기업의 의무를 넘어 생존과 성장의 필수 요소”라며 “앞으로도 소중한 협력사들과 상생하며 더불어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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