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증인 예정… 삼성 뇌물 재판 분수령
어지럼증 호소 朴, 출석 거부할 수도
10일 朴 재판엔 李 증인 출석할 듯
3일 블랙리스트 김기춘 결심 공판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삼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법정 대면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올 경우 지난해 2월 15일 이 부회장과 독대를 한 지 1년 5개월 만에 만남이 이뤄지게 된다.
2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5일 열리는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들 재판에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 부회장을 세 차례 독대하면서 최순실씨 지원을 요구하고 총 433억원의 뇌물 제공을 약속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한다면 그는 국정농단 사태에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된 대기업 총수들과 모두 법정에서 대면하게 된다.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는 지난 5월 첫 공판 때와 지난달 30일 공판에 나란히 법정 피고인 석에 앉았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를 면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2일 증인신분으로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만났다.
삼성 재판의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특검 입장에선 박 전 대통령 증인 출석이 예정돼 있는 이번 주가 재판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검은 그 동안 재판부에 “뇌물수수 경위와 두 사람의 개별 면담 당시 상황, 부정한 청탁이 예상되는 이 부회장의 현안에 대한 인식 등을 입증하고자 한다”며 박 전 대통령 증인 소환에 공을 들여왔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이 매주 4회 진행돼 증인 소환일정을 잡기 어렵다면 주말에 특별 기일을 잡아서라도 신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4월7일 시작된 삼성 재판이 3개월째로 접어 든데다 증인신문도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고 있다는 점도 특검이 박 전 대통령 신문에 주력하는 이유다. 특검은 이달 4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삼성 재판에 증인으로 부른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라는 법원의 명령(구인영장)을 건강상의 이유로 거부했다. 지난달 30일엔 법정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해 재판이 중간에 종료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재판일정이 빡빡한 점을 호소하며 증인출석을 거부하거나, 출석한다 해도 본인 재판에서 삼성 전 임원들이 보여줬던 진술거부권을 똑같이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따라서 두 사람간의 첫 법정대면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예정돼 있는 이달 10일 이뤄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이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어떤 구형을 내릴지도 이번 주 관심사안이다. 특검은 3일 김 전 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시 혐의에 연루된 피고인들에게 구형을 내리는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 중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3일 증인으로 나오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송수근 전 문체부 차관을 법정에서 대면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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