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인 신뢰 잃었나” 질문엔
“사드 절차 논란은 美 책임 아냐”
펜스 부통령, 집무실 첫 공개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마지막 행보로 3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주요인사들을 만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대북정책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을 접견해 일본 언론이 제기한 ‘홀대 논란’을 해소하는 등 미국 조야를 상대로 동맹불안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주재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보좌관, 토마스 셰넌 국무부 정무차관 등과 오찬을 가졌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사드 문제로 미국이 한국인에게 신뢰를 잃었는가”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는 미국 책임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국민에게 이를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는데 사드 배치 발표 직전까지 정부는 '3노(NO) 정책'(요청·협의·결정없음)으로 일관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그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국내적으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는 것은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고 미국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과 중국의 역사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말씀해 달라”고 하자 “한국은 중국의 수 없는 침략을 겪으면서도 독립을 지켜왔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 70여 년 간 남북이 분단된 상태인데 통일돼야 한다는 한국인의 열망은 당연하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동안 이룬 번영의 붕괴는 물론 통일의 길이 까마득히 멀어지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또 셰넌 국무부 정무차관으로부터 ‘한미 관계의 방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측면에서 모범적으로 성장했다”며 “미국과 손잡고 성장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당당하면서도 겸손한 화법에 미 주요 인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자신의 집무실을 외국 정상 중 최초로 문 대통령에 공개하면서 우리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는 등 신뢰를 표현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매케인 의원을 별도로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매케인 의원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의 한국 부담을 말씀했을 때 반대 의견을 내주신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평택 미군기지는 450만평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넓고 관련 비용의 약 100억달러를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높은 비율의 국방비 지출 국가의 하나이며,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무기 수입액이 높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어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 관련 논의 시 매케인 의원이 이를 잘 설명해 줄 것을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매케인 의원은 “이러한 사실을 미국 국민들에게 계속 상기시켜 주는 게 좋겠다”고 화답했다. “미국에는 저처럼 한국을 도와줄 사람들이 많다”고도 했다. 앞서 매케인 의원은 문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 예방을 추진하다 무산돼 일본 언론들이 ‘홀대론’을 제기했지만, 매케인 위원장의 요청으로 문 대통령이 시간을 쪼개 만나면서 논란을 불식시켰다.
워싱턴=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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