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준/사진=KPGA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2014년부터 매년 10~11월에만 1승씩 총 3승을 거둬 '가을의 사나이'로 불리던 이형준(25ㆍJDX)이 무더운 여름을 알리는 7월 초에 첫 우승했다. 기대를 모았던 27년 만의 노(No)보기 플레이에는 실패했지만 올 시즌부터 호흡을 맞춘 캐디 출신의 예비신부 덕택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태풍으로 떠올랐다.
이형준은 2일 전북 군산 컨트리클럽(파71ㆍ7,044야드)에서 열린 KPGA 코리안 투어 카이도 시리즈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총상금 5억원ㆍ우승상금 1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의 호성적으로 2위권에 2타 앞선 시즌 첫 우승이자 통산 4승째를 달성했다.
이날 예비신부 홍수빈 씨를 캐디로 앞세운 이형준의 머릿속에는 단순한 우승 이상의 것이 들어있었다. 1990년 팬텀 오픈의 조철상 이후 27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보기 없이 정상에 서는 진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변수는 날씨였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때문에 주최 측은 경기 시작을 1시간 앞당겼다. 이형준은 초반 놀라운 집중력으로 전반에만 3타를 줄여 대기록을 눈앞에 뒀다. 전반 6~7번 홀(파4) 연속 버디에 이어 9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았다. 그러나 강풍 속에 진행된 후반 첫 홀인 10번 홀(파4)에서 보기를 저지르며 집중력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결국 후반 '파4' 3개 홀(10번ㆍ12번ㆍ18번)에서만 보기 3개를 저질렀다.
경기 후 이형준은 "너무 고된 하루를 보낸 것 같다"고 돌아보며 "후반 들어서부터는 내 스코어를 잘 치려기보다는 지키려고 했다. 그래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27년 만의 노보기 플레이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전반에 3언더파로 넘어오면서 목표로 했던 기록을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10번 홀 보기로 맥이 빠지면서 이후 그러면 안 되는데 집중을 못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2009년 프로로 입문한 이형준은 2014년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015년 데상트 코리아 먼싱 웨어 매치플레이, 지난해 카이도 코리아 투어 챔피언십 등 최근 3년간 해마다 가을에 1승씩을 거뒀다.
그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2012년에서야 KPGA 코리안 투어에 데뷔한 그가 1년간 벌어들인 상금은 1,000만원(957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상금 랭킹 112위로 시드를 잃었고 2014년 윈터 투어를 거쳐 2년 만에 코리안 투어에 복귀했다. 그해 중앙대를 휴학한 이형준은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 아카데미 기숙사에서 혼자 눈물 젖은 빵을 곱씹으며 고된 투어 생활을 견딘 끝에 11월 마침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올 시즌은 대형 스타의 탄생을 예고하듯 초반 흐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지난주 KPGA 선수권대회에서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를 기록하는 등 이번 대회까지 4개 대회 연속 톱10에 들었다. 앞서 3라운드까지는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세운 36ㆍ54홀 최저타수와 타이 기록을 이뤘다.
올해는 일찍 정상에 선 가을 사나이의 남은 목표 역시 KPGA 첫 멀티(2회 이상) 우승에 맞춰져 있다. 이형준은 "여자친구는 경기 중에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또 응원도 힘이 많이 된다"고 예비신부에게 공을 돌리면서 "지금 코리안 투어가 절반 정도 끝났는데 벌써 우승을 했다. 이 점은 내 자신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다음 목표는 2승이고 최종 목표는 오는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PGA 투어 CJ컵"이라고 말했다.
대회 공동 2위는 나란히 17언더파를 친 박준섭(25ㆍ캘러웨이)과 강경남(34ㆍ남해건설)에게 돌아갔다. 공동 4위(16언더파 28타)는 변진재(28ㆍ미르디엔씨)와 호주 유학파 골퍼 이준석(29)이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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