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디오 판독 중이라는 알림이 축구경기장 전광판에 떠 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정확한 판정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좋게 생각한다."(울산 이종호)
비디오 판독(VARㆍVideo Assistant Referee)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 첫 선을 보였다. 반응은 대체로 좋았다. 도입 첫 날인 1일, VAR로 득점에 손해를 본 선수조차도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종호(25)는 이날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홈 경기에서 1-1이던 후반 17분 헤딩으로 득점을 기록했다. 앞서 후반 8분 헤딩 골을 넣은 그는 10분도 채 되지 않아 추가 골을 넣으며 다시 환호했다.
그러나 순간 주심은 비디오 심판들과 무선 연락을 주고 받았고 이내 모니터 쪽으로 뛰어가 경기 장면을 되돌려봤다. 비디오 심판은 골을 넣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다 파울성 행동을 잡아냈다.
당시 울산은 역습을 시도했고 김승준(23)의 크로스에 의한 이종호의 헤딩 슈팅으로 득점했다. 그런데 수원의 공을 빼앗는 과정에서 울산 한승규(21)는 수원 김종우(24)에게 파울성 백태클을 했다. 주심이 근처에 있었으나 휘슬을 불지 않았고, 울산의 역습으로 이어지면서 득점이 이뤄졌다. 비디오 심판은 결국 한승규의 파울을 선언하며 이종호의 득점까지 무효 처리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웨슬리 알베스(25)도 VAR에 의해 골이 취소됐다. 광주FC를 홈으로 불러들인 인천은 후반 40분 김용환(24)의 득점에 이어 후반 42분 프리킥 상황에서 웨슬리가 헤딩 추가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웨슬리의 득점은 VAR를 통해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무효 처리됐다. 이기형 인천 감독은 "정확한 판정이 내려졌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받아들였다.
이날 울산은 수원을 2-1로 이겼고, 인천은 광주를 1-0으로 제압했다. 득점이 무효 처리된 팀들이 모두 이겨 결과적으로 VAR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도입 첫 날 열린 3경기에서 2골이나 무효 처리돼 그 위력을 새삼 실감케 했다. 향후 라운드에서도 VAR로 인해 울고 웃는 일들이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선 VAR를 통한 득점 무효 선언까지 5~6분이나 소요된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도훈 울산 감독은 "시간이 다소 많이 걸린 것은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였다. 판독 시간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고 기대했다. 한 관계자 역시 "판독 자체는 20초가 걸린 것으로 안다. 경기장 기계결함으로 시간이 지연된 부분이 있는 만큼 향후에는 이런 일이 줄어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개선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병지(47) SPOTV 축구해설위원은 "(도입 초기인 만큼 VAR와 그 과정에 대해) 심판은 물론 감독, 선수, 팬들을 충분히 이해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VAR 활용은 세계 축구계의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그동안 총 3차례 국제대회에서 VAR를 시험 가동했다. 지난 해 일본에서 열린 클럽월드컵을 시작으로 지난 달 한국에서 개최된 20세 이하(U-20) 월드컵, 그리고 러시아에서 펼쳐지고 있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VAR를 운용했다. 잔니 인판티노(47) FIFA 회장은 "VAR 도입은 성공적이다. 축구가 조금 더 정의롭고 공정한 결과를 도출하게 됐다"며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VAR 활용 가능성에도 힘을 실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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