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견 10년 새 158% 늘어
일부 품종 먹이 탓 유전자 변화
다이어트ㆍ치료비용 사회문제화
개와 고양이가 애완동물 수준을 넘어서 가족 반열에 오른 미국에서 이들 반려견ㆍ반려묘의 비만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와 고양이 살을 빼기 위한 주인들의 노력과 비만 합병증에 따른 의료비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부 개 품종에서 비만을 촉진시키는 유전변이까지 나타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975개 병원을 운영하는 동물병원 체인 ‘밴필드’가 2016년 진료기록(개 250만 마리ㆍ고양이 50만 마리)을 분석한 결과, 비만견 비율은 10년 사이 158%, 고양이는 169%가 증가했다. 개의 경우 2007년에는 100마리당 7마리꼴로 비만상태였지만 지난해에는 17마리가량으로 늘었고, 고양이 비만율도 9%에서 22% 증가했다.
밴필드 체인의 전문가들은 미국 반려동물이 뚱뚱해지는 주요 원인을 세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개ㆍ고양이의 지위상승. 이 체인 부설 연구소의 커크 브루닝거 수의사는 “동물을 넘어서 당당한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개ㆍ고양이 자녀’에 대한 사랑을 표시하기 위해 주인들이 제공하는 먹이의 수준과 빈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둘째 요인은 비만의 일반화. 뚱뚱이 개ㆍ고양이가 늘면서 균형체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유명한 개 품종 경연대회 ‘크러프츠’(Crufts)에서 입상한 개들을 분석한 결과, 4마리 중 1마리 비율로 종래의 기준에서 벗어난 비만견으로 분석됐다.
셋째이자 가장 충격적인 요인은 유전자 변이. 최근 비만율이 크게 늘어난 래브라도 리트리버 품종의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식욕을 조절하는 POMC유전자 변이가 관찰됐다는 것이다. WP는 덩치가 크지만 온순해서 맹인 안내견으로 활약하는 이 품종의 경우 복잡한 안내견 훈련과정에서 사용되는 먹이 때문에 이런 변이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비만은 개와 고양이에게도 당뇨와 관절염을 유발하는 만큼 주인들이 적절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통해 건강을 지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반려견ㆍ반려묘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주인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어주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브루닝거 수의사는 “미국인들은 연간 총 157억달러(약18조원ㆍ2015년 기준), 마리당 235달러(26만원)를 반려동물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뚱뚱한 개체의 경우 마리당 의료비가 17~25%가량 더 높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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