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및 대북 기조와 관련해 "(2005년) 9.19 선언 때보다는 상황이 더 엄중해졌다”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더 발전해서 그때와 같은 접근법은 안 된다. 지금 상황에 맞춰 고도의 전략 전술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논란에 대해선 "미국은 국내법의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양해했고 배치 철회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미국을 공식으로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의 백악관 영빈관(블레어하우스)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열고 당초 예상보다 큰 성과를 거두고 귀국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 언론이나 국내에서는 우리가 가진 생각이 미국의 생각과 달라 갈등이나 한미 동맹이 흔들릴 일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는데 거꾸로 미국 측에선 웬만한 주장들은 당연한 것으로 인정해주고 우리를 대접해 줬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_트럼프 대통령과 이른바 케미스트리(궁합)가 잘 맞았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ㆍ아주 좋은 궁합)'라는 표현을 쓰고, 베리 베리 베리 굿(very very very good)이라고 미국 언론들에게 말씀하셨다. 기대 이상으로 대단히 환대를 받았고 성과도 좋았다. 대한민국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특히 촛불 혁명이 인상 깊었던 듯하다. 평화적 정권 교체에 따른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굉장한 존중을 보였다. 당선되고 난 뒤 정상과 통화할 때도 느꼈던 점이다. 오히려 세계는 우리를 대접하는데 우리가 자신을 스스로 낮춰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남북 대화를 (우리가) 주도하는 대화 제의에 대해 그분들은 너무 당연한 주장으로 받아들였는데 오히려 우리 내부에서는 행여 미국과 의견이 다르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기간 임기를 같이하게 됐는데 생각했던 보다 훨씬 뜻이 잘 맞았다.”
_공동성명에 사드 얘기가 없었는데, 어떤 논의를 했나.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상ㆍ하원 의원들, 어제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등 모든 분이 절차적 정당성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당연하게 얘기했다. 당연히 민주 국가에서 치르는 절차고 미국도 마찬가지 아니냐. 이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드 배치 문제는 공동성명에 담을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중국과 협의는 별개의 과제로 남은 것이다.”
_문 대통령께서는 대북 평화적 해법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며 군사 옵션도 시사했다. 군사 옵션에 대해 어떤 논의가 있어나. 어떤 여건에서 군사 옵션이 필요하다고 보나.
“미국 정부가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은 미국의 일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합의했느냐이다. 합의하는 자리에서는 평화적 해결로 합의했고,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고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그것이 합의사항이다.”
_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관련 언급은 재협상을 말하는 건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 합의 내용을 보면 되고, 나머지는 합의 외의 얘기다. 경위는 모르나 사실 공동성명이 배포된 상태에서 거기에 더해 각자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공동성명 내용을 알고 있어서 그에 맞춰 얘기한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합의하지 못한 얘기를 한 것일 터이다. 우리와 정상회담 과정에서는 미국이 무역 적자를 많이 보고 있고, 특히 자동차 철강 분야를 얘기했고, 특히 철강은 중국산 철강이 한국을 거쳐 우회해서 미국에 들어온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미국 상무부 자체 분석 자료에 따르더라도 한미 FTA는 호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세계 교역량이 12% 줄었는데 한미 교역량은 12% 늘었다. 한미 양국의 시장 점유율 늘어났고 서로 호혜적인 걸로 보고 있다. 상품에서는 미국이 적자를 보지만 서비스에서는 우리가 적자를 본다. 투자도 미국에 많이 돼서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다. 그래도 시정의 소지가 있다면 그들이 관세 외 장벽을 얘기한다면, 실무 TF 같은 걸 구성해서 FTA의 영향이나 이런 것들을 조사하고 분석해서 평가해보자고 역제의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다. 합의는 없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 합의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던지 재협상을 별도로 얘기하신 것이고 합의 외의 얘기다.”
_대북 입구 전략의 변화 가능성이 있나.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올바른 여건이 되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특정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북한이 추가 도발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약속도 하나의 여건이 될 수 있고 미국인 석방도 여건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특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변화하는 정세에서 감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다. 가까이 있는 한국이 감이 더 좋지 않겠느냐고 오히려 더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 단계에서는 그 조건을 특정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_미국이 우리의 사드 배치 의지를 의심하지 않는 것으로 확신했다고 보나.
“그런 걱정을 왜 하시는가. 미국과 정상회담을 통해 대체로 합의되고 양해된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더 불안해할지 그건 알 수 없다. 국내법의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양해했고 배치 철회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다.”
_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한중 관계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나.
“트럼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 펜스 부통령과의 오찬 때 한 분(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질문해서 장시간 설명해드렸다. 과거 중세까지만 해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였다. 중국 주변국은 속국이 됐고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한국은 수 차례 침략을 받았지만, 우리 언어와 문화를 지켜냈다. 수천 년 동안 단일한 나라였고 70년간 분단됐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 열망이 크다고 했고, 대체로 미국에서는 그걸 이해하는 듯했다. 우리 언론이나 국내에서는 우리가 가진 생각들이 미국의 생각과 달라 혹시 갈등이나 한미 동맹이 흔들릴 일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는데 거꾸로 미국 측에선 웬만한 주장들은 다 당연한 것으로 인정해주고 우리를 대접해 주는 것이다.”
_공직자가 골프를 치는 데 대한 인식은 무엇인가.
“골프에 대해 아무 생각 없다. 골프에 대해 부정적 생각도 없다. 업무시간 외에는 자유다. 물론 업무시간에 해서는 안 된다. 연차 휴가는 다 쓰도록 하라. 청와대 직원들은 모두 (연차 휴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_중국은 한ㆍ미ㆍ일 3국협력을 포위로 보는데, 시 주석을 어떻게 설득할 건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해서는 (삼국이) 함께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점은 중국도 이해할 것이다. 사실 그런 것들을 다 넘어서 중국과 러시아도 포함하는 동북아 다자 안보 체제로 가는 것이 언젠가는 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과제이다. 이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한반도 평화 체제가 구축돼야 가능하다. 일본과 협력은 북핵 문제를 위해 일본과 협력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
_문정인 특보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발언이 대통령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국의 토론 문화를 좀 끌어올려야 한다. 문정인 교수는 청와대 상근 특보가 아니다. 필요할 때 자문하는 관계이다. 교수 개인 자격으로 정부 돈을 쓰지 않고 (미국에) 간 것이다. 개인 자격이고 교수로서 간 것이지 대통령의 입장을 말한 게 아니다. 대화를 시작하는 올바른 여건을 특정하기 어렵다. 내가 제시한 것은 북한이 핵 동결을 확실히 약속하면 북핵 폐기와 대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북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가 되고 출구는 완전한 핵 폐기이다. 입구부터 출구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서로 동시 이행을 해나가야 하는 관계다. 물론 하나하나 단계는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 이런 단계에서 북한은 어떤 조처를 해야 하고 한미는 어떤 것을 해줄 수 있는지는 한미 간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과거에 우리가 유사한 접근법을 선택했다가 끝까지 못한 경험이 있고, 9.19 선언 때보다는 상황이 더 엄중해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더 발전해서 그때와 같은 접근법은 안 된다. 지금 상황에 맞춰 고도의 전략 전술을 맞춰나가야 한다.”
_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인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 통화할 때에도 보도를 통해 들었던 이미지와 다르게 대단히 정중하고 친절했다. 악수나 접대도 아주 정중하고 친절했다. 만찬 이후 3층에 있는 대통령의 사적 공간도 직접 두 내외가 함께 안내해줬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백악관에 오기 전에는 이런 게 있는지 몰랐고,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 없다고 하면서 (사적 공간을) 보여줬다. 게티즈버그 연설 원고를 보여주고, 링컨 대통령이 그 원고를 썼던 책상에 앉게도 하고, 전속 사진사를 불러 사진을 찍게 하고, 자기 내외를 배경으로 해주기도 하는 등 아주 친절했다. 악수도 한국에서 관심이 많다고 했더니 트럼프 대통령은 "악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이 나와서 악수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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