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두 정상의 논의 내용과 해석을 둘러싸고 양측에서 이견이 쏟아지고 있다. 양국 실무진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넡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북한 핵ㆍ미사일 대응, 경제ㆍ통상문제에서 서로 다른 취지의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미 백악관이 공식 발표를 7시간이나 지연시키면서 애매한 문구로 내놓은 한미 공동성명의 이행 과정에서 양측간 갈등마저 우려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기정 사실로 주장하는 것에 대해 “합의 외의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귀국에 앞서 백악관 영빈관(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두 정상의) 합의 내용(공동선언)만 보면 된다. 나머지는 합의 외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경위는 모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 합의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에 대한 부정적 지적에 양국에 호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우리 측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그래도 시정의 소지가 있다면, 미국이 관세 외 장벽을 이야기 한다면 실무 TF를 구성해 FTA 영향 등을 조사, 분석, 평가해보자고 역제의하는 것으로 끝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없이, 그 합의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지 재협상을 별도로 이야기하신 것이다. 합의 외에 이야기"라고 거듭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국내용’으로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백악관 정상회담과 미 의회 지도자들과의 만남 등에서 미국 측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발언만 모두(冒頭)에 미 언론에 공개하고 철수시키는 등 불쾌한 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비공개 회동에서는 우리도 할말을 다 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기반이 중산 이하 백인 근로계층의 주목을 받기 위해 (합의 되지 않은) 한미 FTA를 얘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한미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회담 직후 청와대는 ‘우리가 남북대화 주도권을 갖는 데 미국이 동의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법에 합의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백악관 관계자의 배경 설명을 바탕으로 작성된 미국 언론의 분석은 이와는 반대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유화적 경향에 조급함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또 “몇몇 전문가들은 대북 유화적 접근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런 희망이 향후 두 지도자의 마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이어 지난 29일 문 대통령 방미에 맞춰 이뤄진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제재 조치는 한국에 대해서도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한미 정상 중 누구도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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