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를 공식화했지만 홍콩 내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지식인 사회는 대체로 저항의 조직화 대신 체제 인정과 제도적 개선 쪽으로 가는 듯하다. 반면 젊은 세대의 일부는 자기결정권 확보에 홍콩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여긴다.
저명 법학자인 구민캉(顧敏康) 홍콩씨티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협력 확대가 필수라는 점에서 일국양제를 인정하는 가운데 시대 변화에 맞는 능동적 대처를 촉구했다. 이에 비해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일국양제 약속을 거짓말로 규정하며 실질적인 자치권 확보를 위한 행동을 강조했다. 웡 비서장은 인터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위 도중 경찰에 붙잡혀 구금됐다.
구민캉 교수 인터뷰
_지난 20년간의 일국양제 실험이 성공적이었다고 보나.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적이었다. 다만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홍콩은 시장경제체제의 특성과 장점을 이전보다 더 발전시켰고 본토의 강력한 지지 속에 금융허브이자 안정적인 투자처로서의 역할을 확대했다. 일국양제는 지금의 홍콩이 존재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근거다.”
_주권 반환 이후 홍콩 경제는 성장했지만 삶의 질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극화가 심화했고 주택난이 가중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일국양제 모델이 현실에 맞게 끊임없이 재조정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콩정부는 세수 구조를 변화시키고 유럽 복지국가 모델을 면밀히 살펴서 현실에 맞는 사회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_2014년 우산혁명이 좌절된 이후 젊은층에서 반중 정서가 급격히 확산된 듯한데.
“분명한 건 홍콩은 독립된 정치적 실체가 아니며 홍콩의 특수한 선거는 국가의 주권과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소수 젊은층이 오도된 사실에 근거해 위법행위를 정당화하고 내지인을 배척하는 건 불가피한 진통일 수 있다.”
_여론과 다른 캐리 람의 행정장관 선거 압승을 시진핑 체제의 통제 강화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중국 정부는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했고 이는 100% 합리적인 발전 과정이다. 당연하게도 캐리 람의 압승은 홍콩의 실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표본의 적합성과 응답률 등을 감안했을 때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만 밝혀둔다.”
_앞으로 홍콩의 미래는 어떨지 간략히 전망해달라.
“1987년 덩샤오핑은 홍콩기본법 기초위원회에서 ‘홍콩 관련 정책은 50년간 불변하며 50년 후에도 불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국양제를 지속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은 메시지다. 향후 30년이 그래서 중요하다.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 협정(CEPA) 체결과 일대일로 참여, 광둥ㆍ홍콩ㆍ마카오 연계 개발 등의 무한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조슈아 웡 인터뷰
_지난 20년간의 일국양제 실험을 평가한다면.
“사실상 일국일제로 바뀌어 이름만 남았다. 중국 정부는 고도의 자치, 항인치항(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 보장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벌써부터 2047년 이후엔 형식적인 일국양제마저도 사라질까 우려하는 시민들이 많다.”
_홍콩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이전보다 시들해진 듯한데.
“홍콩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중국 정부의 일방적 조치에 따른 자유의 위축 등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불편한 현실이다. 특정한 계기가 주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2014년 우산혁명도 몇몇 사람이 주동한 게 아니다.”
_시위를 통한 개혁에는 한계가 있을 텐데.
“그래서 1인 1표 선거권을 얻는 게 중요하다. 홍콩의 정치제도를 홍콩인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또 작년 입법회 선거와 마찬가지로 자결을 옹호하는 젊은 세대가 입법회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
_홍콩을 어떤 사회로 만들고 싶은가.
“홍콩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주체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이 존중되고 행정과 정치에 반영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홍콩=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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