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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궁금해?] “해군은 마ㆍ창ㆍ진이 성골… 비주류 송영무, 육군보다 내부 제보 속출”

입력
2017.07.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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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후보자, 총장 시절 개혁조치로

“해군에 적 많이 만들었다” 분석도

음주사건 무마 제보 이유도 황당

제보한 원사 “밥 한 번 안 사서…”

장관 후보자 5명과 국세청장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잡혀 슈퍼위크로 불렸던 ‘3라운드 청문 주간’이 마무리됐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기세가 오른 야당의 검증 공세가 매서웠던 가운데 특히 송영무 국방부 장관ㆍ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ㆍ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공세가 집중됐다. 뜨거웠던 인사청문회 현장의 분위기와 뒷얘기를 들려주기 위해 청문회를 취재한 정당팀과 국방부 출입기자가 카톡방에 모였다.

불타라 청춘(이하 불청)=이번 주는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26년 전 음주운전 사건을 파헤치면서 송영무 후보자 청문회가 최대 화제가 됐죠.

호밀밭의 세탁기(이하 세탁기)=결정적 제보 덕분이었어요. 김 의원은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헌병전대로 이첩된 사건 접수부를 확인하기 위해 26일 새벽 5시 30분 안성 집을 떠났다고 해요. 현장에서도 군사기밀이라 줄 수 없다는 해군 측과 실랑이 끝에 음주운전 사실이 기록된 사건 접수부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3선이지만 바른정당 복당파라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김 의원은 그때부터 아침회의, 의원총회에 등장하면서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죠.

불청=송 후보자 관련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한 배후설도 거론됐는데.

세탁기=원래는 해군이 국방부 장관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육군에서 흔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죠. 하지만 실제는 달랐어요. 야당 의원실에 따르면 육군보다 해군 내부에서 제보가 더 많았다고 해요.

삼각지 미식가(이하 미식가)=해군은 마창진(마산ㆍ창원ㆍ진해) 출신이 성골입니다. 진해에 사관학교가 있고, 부산으로 옮기기 전까지 작전사령부도 진해에 있었거든요. 역대 해군총장도 정옥근(마산), 김성찬(진해), 황기철(진해) 등 마창진 출신이 많았고요. 반면 송 후보자는 충남 논산 출신이라 비주류에 가깝죠. 또 송 후보자가 총장 시절 잇따른 개혁조치로 내부의 적을 많이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와요. 예를 들어 해군 장교는 누구든 항해를 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헌병병과 출신에게 함장을 시키는 등 파격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작전사령부를 진해에서 부산으로 옮겨 내부 반발을 일으킨 것도 송 후보자라고 하고.

여의도 구공탄(이하 구공탄)=평소 호탕한 성격의 송 후보자가 청문회 당일 상당히 움츠러든 모습이던데.

미식가=실제로 매우 경직된 모습이었고, 발음도 또렷하지 않았죠. 그런데 실은 임플란트 시술로 양쪽 치아 서너 개씩을 뽑았다고. 그래도 참모진들도 평소보다 위축되고 긴장한 모습의 송 후보자를 보니 안타깝더라고 평하더군요.

세탁기=야당에서 뭐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으려고 별렀으니 그럴 만도 했죠. 실제로 청문회 당일 송 후보자가 들고 온 가죽가방도 관심 대상이었어요. 고액 자문료 논란 때문에 야당 의원 보좌관들이 가방 가격을 수소문 했던 모양입니다. 결국 송 후보자가 “제 가방에 대해서 의원님들께서 상당히 의문이 많으신가 보던데”라며 직접해명을 해야 했죠. 문제의 가방은 허무하게도 한국청소년연맹에서 받은 사은품으로 밝혀졌습니다. ㅎㅎ

세탁기=김학용 의원이 추가로 제기한 ‘노량진 음주사건 무마 의혹’도 회심의 일격이 됐죠. 송 후보자가 결국 동기생이 음주운전 한 차에 동승했고 사건 해결을 위해 경찰과 친분이 있는 원사를 부른 것까지는 인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 제보 동기가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야당 의원들에 따르면 제보자가 당시 그 원사였는데 “송 후보자가 월 3,000만원 고액자문료를 받으면서 자신에게는 밥 한 번 안 사더라”고 제보 동기를 말하더랍니다.

불청=송 후보자가 고액 자문료를 받고 “나도 깜짝 놀랐다”, “서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가 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죠.

미식가=장성 출신이 옷 벗고 방산업체에 가는 일은 다반사지만 로펌을 간 것은 송 후보자가 처음이에요. 1세대의 자부심을 감안하더라도 “후배 장성들이 로펌에 간다면 적극 권할 것”이라는 청문회 발언이 나오자 군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더 많았어요.

불청=초반 부진했던 야당의 공세가 안경환 후보자 낙마 이후 확실히 강해진 것 같아요. 특히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안 후보자의 혼인무효확정 판결문을 밝혀낸 게 결정타였죠.

세탁기=주 의원이 인사청문요청자료를 받자마자 그 대목이 눈에 들어 오더래요. 혼인무효는 근친혼 아니면 허위신고 두 가지 경우밖에 없는데 처음에는 근친혼을 의심했다고. 그런데 엉뚱하게 검사 출신인 주 의원이 검찰 개혁에 부정적인 일부 세력과 결탁해 불법적으로 판결문을 입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죠.

불청=청문회 후보자에게 불리한 자료가 나오면 무조건 ‘개혁저항 세력의 반발’로 몰고 가는 태도는 문제인 듯.

구공탄=그렇죠. 야당도 한승희 국세청장,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공세 없이 통과시켜줬죠. 한 후보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도덕적 흠결이 단 한 건도 언급되지 않은 사례로 기록됐고요.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ㆍ돈ㆍ결점 없는 3무 후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결국 하자 없는 후보자를 내야 하는 여권의 책임도 상당하다는 반증인 거 같습니다.

불청=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 이후 야당이 이번 3차 청문회 주간을 단단히 별렀는데 실제로 야당 의원실 분위기는 어땠는지.

세탁기=주요 의혹을 제기한 주광덕ㆍ김학용 의원은 덕분에 ‘문자 폭탄’을 독점하고 있죠. ㅎㅎ 제가 밤늦게 의원회관을 돌아다녀봤는데 두 의원실 불만 유독 늦게까지 꺼지지 않았습니다.

구공탄=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청와대가 송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권유했다는 얘기도 돌았는데.

미식가=급속하게 얘기가 퍼지자 청와대가 사실무근이라고 진화에 나섰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송 후보자가 결국은 사석(捨石)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와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ㆍ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송 후보자를 중도 사퇴시키면 나머지 두 사람의 사퇴 공세로 이어질까 봐 지금은 버티고 있을 뿐, 결국은 지명을 철회하라는 야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냐는 거죠. 송 후보자도 청문회 초반 스스로 “용퇴까지 고민했지만 누명 벗겠다는 생각에 나왔다”라고 했고.

세탁기=뒤이어 청문회가 열린 김상곤ㆍ조대엽 후보자의 경우에도 야당 의원들이 정말 매섭게 몰아붙이더군요. 다만 20년 전 논문표절을 문제 삼으면서 알맹이 없는 호통만 친 것이나 “사회주의자”라고 상대를 비난하는 색깔론식 접근은 아쉬운 대목이고요.

불청=다음주에도 청문회가 3건이나 잡혀 있죠. 지금까지 인사청문회를 중간 평가한다면.

세탁기=강경화 장관에 이어 송 후보자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한다면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지 않을까요. 다만 야당도 인식공격성 비난이나 툭 하면 보이콧하는 행태는 자제했으면 합니다.

미식가=60만 대군을 개혁하겠다는 송 후보자는 여기까지만 해도 너무 많은 상처를 입은 듯. 설령 임명 강행해도 장관으로서 리더십이 걱정. ㅠㅠ

구공탄=‘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을 안 받게 여당이 됐든 야당이 됐든 검증의 잣대는 한결같아야 국민의 신뢰를 받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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