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권익위 6월 정례회의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21일 6월 정례회의를 열어 새 정부 출범 이후 각료 인선과 인사청문회 관련 지면 등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인 이재경 위원장과 구현모(고려대 대학원 재학), 류재성(계명대 교수), 이윤정(재단법인 여시재SD), 조원희(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간사인 이계성 한국일보 논설실장, 이창선 편집국 뉴스2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김현미 후보 별장에 가봤더니…’
기자가 발로 뛴 현장취재에 호평
사드 등 안보 이슈 맥락 잘 짚었으나
한걸음 더 들어간 뒷이야기 원해
‘잃어버린 저녁’ 등 좋은 기획 눈길
르포·칼럼 등 신문만의 강점 찾길
이재경= 먼저 각료 인선과 인사 청문회 관련 부분을 큰 주제로 논의하고 이어 기타 주제를 다루자.
류재성= 한국일보 인사청문회 관련 보도가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금 여러 가지 정부의 인선 기준, 국민의 판단이 명확한 게 없다. 어설프게 취재해서 헛발질하는 것보다 그냥 전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구현모= 장관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 검증 관련 기사는 그다지 흥미가 있지 않았다. 궁금했던 것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발탁이 문재인 정부 정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였다. 장관 인선이 대선 공약이나 정책과 흐름이 맞는지, 김상조 후보자가 평소에 어떤 정책을 선호했는지 등 그런 부분을 훑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조원희= 이번 문재인 정부 인선 관련 보도를 쭉 보면 한국일보는 일단 진보 성향 언론들과 같은 색채를 띠고 있다. 큰 흐름에서는 새 정부 인선에 대해 긍정적 보도가 많았는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저건 아니지 않나’라는 여론이 일 때는 좀더 비판적인 관점으로 보도했다. 어떤 점에서는 봐주는 느낌도 있었다. 청문회 검증 기사에서 집요함을 조금 더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경= 한국일보는 지금 정부와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한 방침을 갖고 있다는 인상이 있다. 그런데 이게 꼭 신문에 좋은 건지, 독자들에게도 좋은 건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낙마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처음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 저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별로 안 썼다. 언론이 검증을 안 하는 것은 어떤 정치 노선을 선호하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더 가혹하게 해 주는 게 정부를 건강하게 해 줄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선진화하려면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다. 그런데 언론들이 어젠다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진보 언론은 진보 언론대로 보수 언론은 보수 언론대로 자기 섹터만 방어하는 양상이다.
이윤정= 초기 인선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임진강 별장 직접 가봤더니…’라는 현장 취재 기사에 대해 호평이 많았다. 인터넷에 댓글도 많이 달렸다. 비슷한 시기 한 언론의 이른바 ‘노룩(no look·현장에 가보지 않고) 취재’가 비판받은 것과 비교됐다. 5월 29일자 “文 비판하면 적폐? 정치 얘기 안 할래요” 제하의 기사는 피상적이다. ‘문빠’(문재인 골수 지지자)에 대한 반감은 공감이 가는 측면이 분명 있다. 하지만 에피소드만 늘어놓는 식으로 비난할 게 아니라 깊이 있게 건드려서 아프게 때려줘야 한다. 문빠들이 정치적인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고 그 영향력을 따져보는 분석적 기사가 되어야 한다.
류재성= 저는 그 기사를 좋게 봤다. 문빠들이 실제로 그렇다는 분석이 아니라 에피소드로 나열해 굉장히 다가왔다. 주변에 공감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나름 합리적으로 갈 수 있는데 열렬한 지지자들이 막거나 틈을 벌린다는 기사의 의도를 명확히 봤다.
구현모= 5월 31일자 ‘편집국에서’ 칼럼 ‘강경화 빅딜 희생양은 안 된다’가 기억에 남는다. 좋은 포인트를 제시해 공유도 많이 됐다. 어느 순간부터 사실상 새 정부 인사에 대해 여야가 공방만 벌이는 와중에 타 언론이 잡지 못한 맹점을 잘 짚어준 글이었다.
이윤정= 인사 청문회와 관련해 정치권이 관련 없는 사안들을 거래로 주고 받는 그런 행태들이 가장 마음에 안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지적해야 한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과 해명 등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기자가 종합적으로 취재한 결과를 알려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사람은 이 정도면 됐다라거나 저 사람은 정말 안 되겠다고 판단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한국일보가 보다 과감하게 보도해야 한다.
구현모=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서 관심 있게 읽었던 건 딱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그 사람이 쓴 책에 대한 서평이다. 안경환 후보자의 여성혐오와 비하 논란도 안경환 후보자 책에 대한 블로그 서평을 보고 판단했다. 두 번째는 그 사람이 기고 형식으로 쓴 칼럼들이다. 후보자의 직무 적합성이 그의 콘텐츠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런 보도가 충분하지 않아 아쉬웠다.
이재경=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이 하자가 있다. 제도가 잘못되어 그럴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경험이 누적되다 보면 인사 기준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공직 배제 기준 틀을 내놓고 캠페인을 한 다음에 없는 것처럼 넘어간다는 게 쉬운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언론이 고민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한국식 청문회 제도가 맞는 것인지다. 너무 사람을 죽여버리는 시스템이다. Hearing 제도는 영국에서 먼저 시작했다. 거기에서도 낙마시키지만 우리나라와는 양상이 다르다. 한국일보가 그런 부분을 비교해서 보여 주는 것도 제도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윤정= 6월 2일자 ‘강경화ㆍ김상조에 쏟아지는 의혹 상당수가 추측ㆍ과장ㆍ왜곡’ 기사가 눈에 띄었다. 다른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도 팩트를 체크해서 독자들에게 한번 더 거른 뉴스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류재성= 5월 31일자 1면 ‘사드 4기 추가 반입, 靑에 보고 안 했다’ 기사는 팩트 확인을 다 하고 기사가 됐는지 궁금하다. 다른 뉴스를 보니까 사드 발사대 6기가 들어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청와대가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보고 안 한 걸 문제삼아서 뭔가 일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계성=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은 한국일보가 맨 먼저 포착해 4월 26일자 온라인판에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NCND(시인도 부인도 않음)로 일관했다. 사드 배치 문제는 대선 과정에서 중요한 이슈였고 새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견해가 크게 달랐다. 그렇다면 전 정부의 국방ㆍ안보 책임자들이 당연히 새 정부에 사드 배치 경과를 충분히 설명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 문제가 됐다.
구현모= 한국일보에서 보고누락 등 사드 관련 몇 개 기사를 봤다. 전체적으로 논조가 세지 않았지만 맥락을 잘 짚어줬다. 최대한 드라이 하게 기술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드 문제는 노이즈가 많은 기사가 대부분이다. 한국일보 기사는 노이즈가 덜해서 신뢰가 갔다.
이재경= 안보 이슈는 뒷이야기들이 하나도 안 나온다. 대개 발표하는 것만 가지고 중계방송처럼 쓴다. 거기서 한걸음 더 들어가 진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취재해 독자들에게 알려주면 좋겠다. 이런 부분들이 아쉽다.
이윤정= 사드는 영문도 모르는 채 서둘러 하루아침에 배치를 해서 문제가 됐다. 왜 그래야 했을까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이해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기사가 안 나오니 궁금증을 해결할 수가 없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이 사드 도입이나 조기 배치 결정 과정에 도대체 무슨 역할을 했는지 몹시 궁금하다.
이재경= 독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진다. 뻔한 이야기를 하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미국 존 매케인 의원 방한 불발이 논란이 됐지만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했던 사람은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실제로 만난 건 딕 더빈 의원뿐이었다. 그 사람들이 돌아가서 토라져 있다거나 화나 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을 만나서 취재를 할 수 있지 않나. 미국 측에서는 공화당 민주당 관계 없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건지 등, 의미 있는 사실들을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이윤정= 국제관계 뉴스는 판단하기가 힘들다. 늘 익명의 소식통이고 이번에는 미국에서 익명의 한국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대통령이 미국 상ㆍ하원 의원들을 일일이 다 만나야 하나. 트럼프가 격노했다는데 외신은 보도된 게 없다고 하더라.
구현모= 연재물 가운데 ‘범인 잡는 과학’과 ‘가만한 당신’은 너무 재미있게 읽는다.
이윤정= ‘범인 잡는 과학’ 기사는 일단 보게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쭉 다 읽는다. ‘그것이 알고 싶다’ 느낌이다. 독자들에게 르포 기사와 오피니언ㆍ칼럼 등으로 신문기자들이 승부를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구현모= 개인적으로 르포기사를 좋아한다. 기억에 남는 르포 기사들이 있다. 6월 1일자 VIEW &기획 ‘쉬는 게 쉬는 게 아닌’ 청소노동자의 휴식 르포 기사는 사례가 지하철, 빌딩, 학교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풍부했다. 반면, 5월 24일자 ‘현장르포: 문재인표 중소기업 정책에 한숨-환호 동시에’는 말은 현장 르포인데 앞 3분의 1만 르포였다. 나머지는 르포가 아니었다. 제목과 내용이 따로 노는 듯 했고, 인터뷰이도 한 두 명에 불과했다. 6월 12일자부터 시리즈로 내보낸 ‘이젠 노조도 변해야 한다’ 기사는 한국일보만이 갖는 포지션이라 생각한다. 한국일보의 중도적 이미지로 노조를 비판해 좋았다.
조원희= 6월 15일자 1면 블랙 로펌 기사가 나왔다. 새 정부의 인사논란 정국에서 로펌 기사를 1면에 실어 신선했다. 잘 조명되지 않는 계층, 문제, 이슈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고 기사화 해내는 것도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윤정= ‘잃어버린 저녁을 찾아서’ 시리즈의 주제는 몇 년 전부터 반복해 나오는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 패턴, 문화, 그리고 사고를 바꿔야 실제로 현실이 바뀌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신문이 꾸준하게 제기해 주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나올 때마다 보게 된다. ‘이젠 노조도 변해야 한다’ 시리즈는 제목 자체는 진부해 보이지만 잘 몰랐던 부분, 노조 안에서도 비정규직이 차별받고 있다는 문제점들을 지적해줬다.
이재경= ‘잃어버린 저녁을 찾아서’ 기획에 사족 하나 붙이면 이런 기획에는 패턴처럼 스웨덴을 가거나 북유럽을 간다는 점이다. 좋은 샘플을 고른 건가 싶다.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쉬운 선택이었지 않나 느낌이 든다. 우리 현실과 비슷한 나라 중에 잘 되고 있는 사례를 찾았으면 한다. 정리=이창선 뉴스2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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