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등을 돌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년 만에 만났다. 두 사람이 독대한 것은 2015년 7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뒤 처음이다.
3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만나 대화를 나눴다. 대화는 10여 분간 이어졌지만 대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두 형제가 화해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번 만남에서 특별히 합의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어머니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이뤄졌다. 롯데 측은 “최근 모친의 화해 권고가 있었고, 마침 다른 친척의 제안도 있어 형제간 독대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날 대화를 중재한 사람은 신동우 일본 산사스식품 전무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산사스식품 사장의 장남이다.
롯데 측은 “한두 번 만남으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신 회장이 화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회동 후 ”롯데를 걱정하는 분들의 염려를 덜어드리기 위해 가족문제 해결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적으로 형제간 풀어야 할 문제가 간단치 않지만 이번 만남 이후 경영권 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형제간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이라 쉽게 화해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의 잇단 패배 등으로 신 전 부회장의 운신 폭이 좁아진 상황이라 신 회장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릴 경우 의외로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확산되는 재벌개혁 분위기도 형제간 화해를 재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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