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왜 걱정부터 해야 되나요. 부모들이 자녀들을 마음 놓고 학교로 보낼 수가 없잖아요.”
경기 용인에 사는 주부 최미현(36)씨는 요즘 초등학교 1학년인 어린 아들을 등교시키면서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등하굣길의 치안과 안전 문제도 근심이지만 급식까지 고민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그는 “급식조리원들이 아이들의 급식마저 중단하면서 파업을 해야 하는 지 이해할 순 없지만 학교에서 빵이나 우유로 대신하겠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며 “도시락을 준비해서 학교에 보내긴 했지만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뿔났다. 최근 인천 초등학교 학생 살인 사건으로 안전 문제가 민감해진 상황에서 급식조리원 등이 비정규직 철폐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 자녀들에게 식사 대신 빵과 우유가 지급된 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30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급식 중단 학교는 전날인 2,005곳에서 2,185곳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국ㆍ공립 초ㆍ중ㆍ고교 1만1,304곳의 19.3% 수준이다.
문제는 이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급식 중단 학교에선 도시락 지참이나 빵, 우유 등을 지급하거나 단축수업과 현장교육, 학예회, 체육행사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김모 주부는 “한창 커 나가야 할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의 급식을 볼모로 파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행위는 집단 이기주의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걱정은 아이들 등하굣길에도 깔려 있다. 지난 3월 인천 초등학교 여학생 납치 살인 사건이 터진 이후, 불안감은 더해지고 있다. 급기야 수도권을 포함해 각 지방의 초등학교에선 후문 폐쇄도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1명의 관리인을 두고 있는 일선 초등학교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경기 용인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 회장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후문 폐쇄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찬성한다’고 답했다”면서 “1명의 학교 관리인이 정문과 후문을 한꺼번에 살펴보기엔 역부족이어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출입과 안전을 보다 엄격하게 하기 위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학생들이 보고 있다. 후문을 폐쇄한 탓에, 일부 학생들은 정문만으로 등하교를 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초등학교에선 학부모들이 조를 짜서 학교 주변 순찰도 돌고 있는 실정이다.
스트레스는 교사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의 10년차 박모 교사는 “최근 들어 학교 주변에서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들이 늘어나면서 교사들도 안전 관리에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있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다”며 “어떤 형태로든 수업 집중도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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