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F) 태권도 시범단이 창설 44년 만에 평양 땅을 밟는다. 무주 세계선수권대회에 방한한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에 대한 답방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조정원 WTF 총재는 30일 무주 태권도원 T1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WTF는 “올해 평양에서 열리는 ITF 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우리 시범단이 공연하기로 ITF와 합의했다"면서 "WTF 시범단은 9월16∼20일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북한 당국의 승인과 향후 남북관계 등 변수가 남아 있지만, WTF 시범단이 북한을 방문하면 1973년 WTF 창설 이후 처음이다. 2002년 대한태권도협회가 남북장관급회담 합의에 따라 그 해 9월 시범단을 북한에 파견,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두 차례 공연한 적은 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I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9월17일부터 21일까지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열린다. 2011년 이후 6년 만에 북한에서 다시 치르는 대회다. WTF 시범단은 9월16일 출국해 평양에 도착한 뒤 이튿날 대회 개회식 무대에 올라 시범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부 일정 조율은 남아 있으나 20일까지 평양에 머물 WTF 시범단은 방북 기간 한차례 정도 더 공연할 수도 있다.
지난 23일 ITF 시범단의 방한 직후부터 가능성이 제기된 WTF 시범단의 평양 답방은 리용선 ITF 총재와 명예총재인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29일 서울 종로구의 WTF 서울본부를 방문해 조정원 WTF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단 규모는 이번에 방한한 ITF 시범단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ITF 대표단과 시범단은 총 36명으로 꾸려졌다. 이 가운데 송남호 감독 등 16명이 시범단으로 방한 명단에 올랐으며 이들은 모두 북한 국적이다. WTF 시범단에도 외국인 단원이 있지만 한국 출신 단원이 주를 이룬다.
ITF 시범단의 방한에 이은 WTF 시범단의 방북 공연 합의는 양 단체 간 맺은 합의 의정서에 따른 것이다. WTF와 ITF는 2014년 8월 유스올림픽이 열린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양 단체 주관 대회 및 행사 교차출전, ITF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추진,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의정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ITF 시범단이 WTF 주관 대회 사상 처음으로 시범공연을 펼친 바 있다. 이후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잠시 답보 상태에 접어들었다가 이번에 교류 및 왕래까지 일사천리로 재개됐다.
WTF와 ITF 수장 간 이번 회동에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 도쿄 하계올림픽 기간 합동 시범공연도 추진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WTF가 평창올림픽과 도쿄올림픽 합동 시범공연 등을 제안하는 공식 문서를 7월1일 출국하는 ITF 측에 전달하면 이후 양측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 9월 WTF 시범단의 평양 방문 때 결론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조정원 총재는 "우리가 9월16일 평양에 도착해 17일 개회식 참가 이후 18일쯤 서명 합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허가도 받아야 하고 IOC와 협의도 있어야 하지만 WTF와 ITF는 합동시범을 보일 준비가 됐다는 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조 총재는 "원 태권도, 원 월드'(One taekwondo, One world)가 우리의 모토다. 태권도 하는 사람이라면 다 끌어안는다"면서 "태권도가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면 우리는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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