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군, 또는 기대주로 남을 것처럼 보였지만 먼 길을 돌아 팀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화 이동걸(34)은 더 이상 추격조가 아닌 필승조로, NC 강윤구(27)는 단지 빠른 공만 던지는 좌완 투수가 아닌 완급 조절을 할 줄 아는 투수로 거듭났다.
이동걸은 사연 많은 선수다. 2007년 삼성에 지명돼 2008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았지만 긴 시간 무명에 가까웠다. 이름 석 자를 알린 건 한화 시절인 2015년이었다. 하지만 실력이 아니라 ‘빈볼 논란’으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롯데전에서 황재균에게 빈볼을 던져 5경기 출전 정지에 제재금 2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그렇게 이동걸은 1군보다 2군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잊혀지는 듯 했다. 2016년 1군에서 던진 경기는 5차례에 불과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마음으로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절치부심했다. 연습경기 호투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던 그는 4월말 송신영 대신 1군 엔트리에 올랐다. 예상대로 추격조로 시작했지만 5월5일 kt전에서 구원 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지며 데뷔 후 첫 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팀이 13-1로 크게 앞선 상황이라 감흥이 덜했다.
불펜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하던 이동걸은 지난 27일 kt전부터 필승조로 전격 승격됐다. 팀이 4-1로 앞선 6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프로 통산 1호 홀드를 수확했다. 2012년 10월6일 삼성 유니폼을 입고 KIA전(1이닝 1실점) 이후 5년 만에 홀드 추가다. 이틀 후에도 1이닝 무실점 투구로 팀의 리드를 지켜 시즌 두 번째 홀드를 챙겼다. 이동걸의 올 시즌 성적은 30일 현재 승패 없이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00. 공은 빠르지 않지만 안정적인 제구력과 포크볼을 주무기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2009년 넥센의 1차 지명으로 프로에 뛰어든 강윤구는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데뷔 후 보여준 것이 없었다. 급기야 올해 4월 넥센과 NC의 1대1 트레이드로 8년간 몸 담았던 팀을 떠났다. NC는 강윤구가 이적 후 새로운 환경에서 잠재력을 폭발하길 기대했지만 그는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75로 부진했다.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도 3⅔이닝 5실점으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서서히 기대치가 낮아질 때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28일 넥센전에서 선발 이재학이 일찌감치 무너지자 두 번째 투수로 나가 5⅓이닝 무실점 역투로 구원승을 따냈다. 2014년 4월15일 LG전 이후 3년 만의 승리 투수다. 친정 팀을 상대로 값진 시즌 첫 승을 따내 의미도 깊었다. 강윤구는 “선발 욕심을 내기보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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