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두달 만에 말 바꿔
가격구분 21→63개 세분화
할인율 최대 50%로 줄여
제주노선 최고 7000원 올라
국내선 운임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했던 대한항공이 두 달 만에 입장을 바꿔 할인율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사실상 요금 인상에 나섰다. 승객이 가장 많은 제주노선의 경우 최대 7,000원 오를 전망이다.
2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다음 달 4일부터 대한항공은 기존에 10~70% 적용하던 할인율을 최대 50%까지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편한 국내선 운임 체계를 적용한다. 새 운임 체계는 가격 구분을 기존보다 촘촘히 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주중, 주말, 성수기 등으로 요금 항목을 나눴던 구분을 성수기, 중수기, 비수기라는 상위 항목을 추가해 총 9가지로 세분화했다. 여기에 기존처럼 요금 항목을 시간대별로 각기 다른 할인율을 적용해 7개 예약등급으로 세분화한 것이다. 결국 요금 경우의 수가 기존 21개에서 63개로 늘어나게 된다.
항공권 가격은 성수기 황금시간대에 가장 비싼 등급을 적용하고, 비수기 비선호 시간대일수록 할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공석을 줄이기 위해 등급별 판매 비율을 구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데, 대한항공은 이를 더욱 세분화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등급 세분화가 결국 총 운임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김포-제주노선의 경우 성수기 기준 최대 7,000원 오르게 된다. 새로 개편된 요금 체계에서 등급이 가장 높은 극성수기에 운임이 가장 싼 N구간이 4만4,000원이 된다. 현재는 3만7,000원에 팔고 있는 티켓이다.
극성수기 총 9개 구간 중 최상위(10만7,00원)만 빼고 모두 적게는 2,000원부터 많게는 7,000원 오르게 된다. 성수기 중 가장 가격이 싼 구간으로 만들어 놓은 주중이라고 해도 9개 구간 중 3개 구간만 빼고 6개 구간이 오르게 된다. 이런 체계 개편은 다른 항공사들이 최고요금을 일정 비율 올리는 것보다 소비자 체감도는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4월 국내선 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후 2개월 만에 사실상 요금을 올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국내선은 국민이 이동하는 데 필수적인 발과 같아, 항공계 맏형으로 우리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인상을 고려했던 경쟁 항공사들도 요금을 올리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지시로 이런 운임 체계가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한항공의 새로운 요금 체계는 가격 책정을 한층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다른 항공사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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