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처 정부가 1984년 3월 석탄산업합리화 계획을 발표했다. 탄광 20여 곳을 통ㆍ폐합하고 광부 2만여 명을 해고한다는 게 골자였다. 앞서 대처는 노동운동을 와해시키기 위해 노동법을 대폭 개정했다. 파업 및 협약 체결을 위한 조합원 투표를 우편투표제(비밀ㆍ분산 효과)로 바꿨고, 파업 찬반투표로 가결된 파업에 한해 집행부 면책특권을 인정했다. 동조ㆍ지지 파업은 불법화했고, 기업의 비조합원 고용 금지조항을 폐지했다.
첫 타깃이 영국 최대 노동조직이던 탄광노조였다. 대처는 결전에 대비, 연 석탄생산량의 절반인 5,700만 톤을 비축하고 부족분을 폴란드와 호주 등에서 수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원활한 석탄 수송을 위해 운수노조 비조합원까지 확보했다.
탄광노조는 즉각 총파업에 돌입했다.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불법파업이라는 이유로 정부는 노조 재산을 압류했고, 지도부에는 벌금을 부과했다. 파업 조합원에게는 월급이 지급되지 않았고, 사택지구의 전기와 수도가 차례로 끊겼다. 노조원과 가족들은 추위와 굶주림 속에 버텨야 했고, 다수가 내분 속에 파업 포기각서에 서명했다. 그 싸움이 장장 363일간 이어졌다. 노조위원장 아서 스카길(Arthur Scargill)은 이듬해 3월 3일 파업 중단을 선언했다. 그 기간, 파업과 관련한 공무집행방해와 폭력, 방화 절도 등으로 기소된 건수만 무려 1만여 건이었고, 정부 추산 경제적 손실은 국내총생산의 1%에 달했다.
‘광부를 지지하는 레즈비언과 게이 연대’(LGSM, Lesbians and Gays Support the Miners)가 저 파업 초기인 84년 6월 30일, 영국 런던에서 결성됐다. 마크 애쉬턴과 마이크 잭슨이 주도한 모임은 런던의 한 작은 서점(The Gay’s Word Bookshop)을 본부 삼아 거리 모금과 지지 콘서트 등을 조직하는 등 활발히 활약했다. 그 모임이 각지로 퍼져 영국 내 11개 지부가 생겨났고, 그렇게 모은 기금을 광부노조에 전달했다.
매튜 워처스 감독의 영화 ‘프라이드’ (Prideㆍ2014)가 그들 런던 LGSM과 웨일즈 온르윈(Onllwyn) 마을 광부들의 연대를 소재로 한 거였다. 성 소수자들의 연대는 그 자체로 투쟁이었다. 그들은 그 비인간적인 거대한 싸움터에서 가장 근사하게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노동당은 85년 당대회에서 성 소수자 지지 강령을 채택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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