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르네상스] 7회 의정부
내년 말 미군기지 8곳 반환 완료
행정타운-대학병원-공원 등 조성
관광객 800만명-일자리 3만개에
경제효과 5조 ‘835 계획’ 박차
29일 오전 10시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왕복 6차선 도로 변. 지상 5층짜리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옆으로 화려한 건물 조감도가 새겨진 공사 가림막이 쳐져 있다. 이곳엔 을지대 의정부 캠퍼스와 1,234병상을 갖춘 지상 17층짜리 경기북부 최대 규모의 을지대병원이 2020년 3월과 2021년 3월에 각각 문을 연다.
이 부지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높은 담벼락으로 가려 있던 삭막한 풍경의 미군기지 터였다.
경기 의정부시가 군사도시의 옛 모습을 벗어 던지고 미군 반환 공여지 개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시 발전을 가로 막던 미군 공여지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서면서 이젠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내 주한미군 공여구역 면적은 총 2억1,57만㎡(51곳ㆍ전국의 87%)에 이른다. 이중 반환된 공여구역 가운데 활용가능 한 22곳 중 의정부가 8곳으로 가장 많다. 이어 동두천과 파주가 각각 6곳, 하남과 화성이 각각 1곳 등이다. 의정부에는 한국전쟁 중인 1951년부터 가능동 벌판에 미군캠프가 세워지면서 기지반환이 이뤄진 2007년까지 8개의 미군기지(시 전체 면적의 4.5%(5.7㎢))가 50여 년 넘게 주둔했다. 2007년 5개 기지가 반환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나머지 3개 기지도 돌려받는다.
반세기 넘게 광활한 노른자 땅을 미군에 내어준 결과는 혹독했다. 의정부시가 1953~2007년 미군기지 주둔으로 부과 못한 세수, 개발저해 등을 분석한 결과 지역경제 피해액이 4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연평균 851억에 해당하는 것으로, 의정부시 1년 예산(8,500억 원)의 10% 수준이다. 군사규제까지 더해지면서 미군기지는 그야말로 지역발전의 족쇄였다.
의정부시는 이제 반환 미군 공여지를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보고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는 미군 공여지를 문화ㆍ행정ㆍ의료ㆍ관광시설 등으로 균형 개발할 방침이다. 40여 개의 도심 재생 프로그램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첫 출발은 광역행정타운. 2009년부터 캠프 시어즈와 캠프 카일(25만6,000㎡)에 조성중인 경기북부광역행정타운에는 현재 경기북부경찰청, 법무부 의정부준법지원센터 등 10개 기관이 입주했거나 입주가 확정됐다.
금오동 일원 캠프 에세이욘(22만1,000㎡)에는 을지대학교 의정부캠퍼스 및 대학부속병원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미군 공여지 개발에 2,000억원(사업비 6,500억원) 이상의 민간투자가 이뤄지는 건 처음이다. 2015년엔 경기교육청 북부청사가 들어섰다.
캠프 라과디아(15만3,000㎡)는 도시계획 도로를 신설하고 일부는 체육공원으로 개발한다. 의정부역 인근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캠프 홀링워터(2만9,000㎡)는 평화를 테마로 한 도심 근린공원(2만6,972㎡)으로 조성중이다. 내년 말까지 반환 예정인 미군기지 3곳에 대한 활용 방안도 세웠다. 가능동 캠프 레드 클라우드(CRCㆍ63만9,000㎡)는 미군 2사령부가 있던 시설답게 그대로 보존해 한국 근ㆍ현대사와 제2차 세계대전, 6ㆍ25 전쟁 관련 기록물을 전시 활용한 안보테마 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캠프 스탠리(82만8,000㎡)와 캠프 잭슨(8만1,900㎡)은 액티브 시니어 시티(장년 휴양ㆍ주거 공간), 문화예술공원 등으로 각각 개발할 예정이다.
의정부시 산곡동 미군지기 캠프스탠리 인근 62만㎡에 추진중인 복합 문화단지개발사업도 본 괘도에 올랐다. 반환공여지 특별법에 따라 복잡한 행정절차가 대폭 줄어 이르면 내년부터 보상에 들어간다. 의정부 사상 최대의 민간자본 1조7,000억 원이 투자돼 K-POP 클러스터, 뽀로로 테마 랜드 & 호텔,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기업형 임대주택 등이 들어선다.
정부의 1차 미군공여지 발전종합계획(2008∼2017년)이 올해 10년의 대장정을 마친다. 지금까지 투자된 예산은 10조2,000여억원. 반환된 공여지 16곳 중 사업이 진행주인 10곳 중 5곳이 의정부에 있을 만큼 의정부시의 공여지 개발은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공여지 개발사업은 지역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 사업이 완료됐거나 마무리 단계인 경기교육청 북부청사(585억원), 경기북부경찰청(600억원), 역전근린공원(593억원) 등에만 3,994억원이 투입돼 직접고용인원이 3,000명을 넘어서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민간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5,354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을지대학ㆍ부속병원은 1만여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가운데, 공사기간(2017년~2021년)에만 7,068명이 고용된다. 1월 착공 이 후 누적 고용인원만 6,469명(의정부인력 20%)에 달한다. 병원과 대학이 문을 여는 2020년 이후에는 2,987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 4,100억원 이상의 경제적 부가가치유발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 연구용역이 진행중인 CRC 안보테마관광단지 조성사업도 2,46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2,507명의 고용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산곡동 캠프스탠리 인근 복합 문화단지개발사업도 경제적 유발효과 2,749억원, 신규 일자리 창출인원이 2,168명에 달할 전망이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반환 공여지 개발사업이 의정부를 기회와 희망의 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공여지 개발로 관광객 연 800만명 유치, 3만개 일자리 창출, 5조원의 경제효과 유발‘ 등을 목표로 한 835프로젝트를 꼭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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