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에 본사를 둔 비엔제이(B&J)는 만물상 같은 회사다. 각종 식자재와 생활용품, 제지류, 사우나비품, 사무용품, 판촉품 그리고 화장품까지 취급하지 않는 제품이 없다. 이들 품목의 납품업체만 150여사에 이를 정도다.
비엔제이는 이를 다시 광범위한 거래처에 공급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골프장과 숙박업소, 피부관리실, 미용실, 사우나, 병원, 기업체, 식당, 관공서의 대부분 혹은 상당수가 비엔제이로부터 다양한 용품과 제품을 납품받고 있다. 수도권에도 거래처가 제법 있고 비중은 작지만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도 하고 있다. 취급 품목의 수나 거래 범위로 보나 흔하지 않은 마당발 기업인 셈이다.
비엔제이는 2000년 대형마트 벤더사로 출범한 회사다. 그간 사업 환경 변화와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변신과 대응을 거듭하다보니 지금과 같은 사업영역을 구축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 비엔제이가 다시 한 번 결정적인 변신을 선택했다. 다름 아니라 화장품시장 개척에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사실 화장품은 비엔제이의 뿌리와도 같은 사업 분야다. 일단 정병주 대표이사부터 창업 전까지 무려 25년간 LG생활건강 화장품사업부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시기적으로 LG생활건강이 화장품업계에 첫 발을 디디고 악전고투를 거듭하며 시장을 다진 기간에 해당한다.
정병주 대표는 대형마트 내 화장품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운영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설립 당시 회사명 또한 원래 ‘비엔제이코스메틱’이었다. 정 대표는 ‘Beauty & Joy'를 축약한 ‘비앤제이’라는 사명에 ‘고객에게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드린다’는 각오를 담았다.
비록 당초 계획과는 다른 행보로 사업을 꾸려왔지만 그간 정 대표는 꾸준히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고 챙겨왔다. 지난 2014년에는 ‘꾸미루어(GKumirhuer)’라는 이름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도 론칭했다.
꾸미루어는 현재 선크림과 클렌징로션, 2종의 단출한 제품 라인으로 이뤄져있다. 두 종 모두 500ml에 달하는 대용량 제품이다. 골프장이나 사우나와 같은 곳에 납품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이 제품을 꾸준히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제법 된다. 그만큼 품질이 우수하다는 방증이자 정 대표가 화장품사업을 확대하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비엔제이가 본격적으로 화장품사업을 펼치기로 하면서 역할이 커진 이는 권기영 팀장이다. 비엔제이 입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짧은 기간에도 발군의 기획력과 영업 역량을 입증했고 과거 몸담았던 제약회사에서 화장품사업 실무를 맡은 경험도 있는 덕분이다.
권기영 팀장은 비엔제이의 화장품사업을 본궤도에 올려야한다는 중책을 맡았으나 무리한 사업 확장을 지양할 방침이다. 무작정 제품 라인을 늘리고 유통망을 확대하긴 보단 내실을 기하고 무엇보다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꾸미루어’의 콘셉트 자체가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입니다. 용량을 늘리고 우수한 품질을 갖췄으면서도 부차적인 요소를 최소화해 합리적인 가격을 구현했죠. 그런데 현재 시장은 이같은 제품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힘든 상황입니다.”
일단 기존 거래처이기도 한 피부관리실들을 핵심 기반으로 삼을 계획이지만 그가 겪은 피부관리 시장은 브랜드를 키우기에 결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피부관리실들이 지나치게 영세한데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살아남는 게 지상과제다 보니 전문성을 키우기도 어렵고, 관리 제품도 품질보단 가격과 마진 위주로 선택하기 일쑤죠.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필연적으로 고객 만족도가 떨어지고 클레임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대구·경북 지역만 해도 매년 수없이 많은 피부관리실이 생기고 있지만 이처럼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대부분 얼마 버티지 못하는 실정이란 설명. 때문에 갈수록 시장은 황폐화되고 있고 창업자금으로 투입된 국가 예산만 낭비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권 팀장은 요새 휴대용 피부측정기를 항상 들고 다닌다. 피부관리실이 보이는 족족 거래처든, 아니든 일단 들어가 말을 붙이고 피부측정기를 시연해 보인다. 전문성을 갖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고 좋은 제품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집중할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피부관리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그는 전문 교육기관과의 제휴를 맺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 중에 있다.
“소비자들 또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피부 관리든 화장품이든 무조건 싸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서비스와 품질을 누리려면 이를 공급하는 쪽에도 적절한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권 팀장은 비엔제이에 납품하는 업체들과의 관계도 정당하고 투명한 거래를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자신의 신념이기도 하거니와 회사 차원에서 매일 교육하고 실제로 지켜나가고 있는 원칙이라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화장품사업을 함께할 파트너들과는 상생에 더욱 힘쓸 방침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화장품으로 시장을 이끌겠다는 비전을 뒷받침해주는 제조사 및 거래사에 비엔제이는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필리핀 등 해외에도 구축된 유통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함께 커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권 팀장은 비엔제이처럼 지방에 기반을 둔 유통 및 화장품업체들과의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사업 확장에 있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지역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서로 보탬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꾸미루어’의 추가 제품으로 기초 라인의 기획 및 개발이 한창입니다. 연내 출시가 목표입니다만 시한에 연연하기보단 브랜드의 특색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차별화와 완성도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항상 정성을 다하는 회사’라는 사훈처럼 화장품사업 또한 그렇게 더디어도 바르게, 제대로 펼치겠다는 게 권 팀장의 다짐이다.
김도현 객원기자 kbeauty7243@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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