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회주의자” 與 “색깔 공세” 사상 논쟁 대리전
교육 정책 생산적 질의 없이 논문 표절 의혹 공방만
야당 토끼몰이 식 질문, 여당은 무조건 엄호로 일관
‘꼿꼿한 김상곤’ 기름 부어, 논문 표절 뒤늦게 사과
유성엽 위원장 적극적 중재 못하고 끌려 다니기만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린 채 여야 의원들간의 사상 논쟁 대리전으로 얼룩졌다. 야당 의원들은 답변 기회도 주지 않고 토끼몰이식 질의를 이어갔고 여당 의원들은 묻지마 엄호로 일관했다. 적극적 중재에 나서야 할 유성엽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위원장은 청문회 내내 질질 끌려 다니며 혼란을 키웠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김 후보자의 청문회는 시작부터 험난했다. 회의장 복도 입구부터 자유한국당이 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사례 벽보를 붙여놓자 더불어민주당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유 위원장에게 공식 항의하면서다. 야당은 “정당한 정치적 의사표현”이라고 맞섰지만 국회 사무처는 허가 받지 않은 벽보라는 이유로 철거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여기가 대학교 동아리냐”고 크게 반발했고 일부 의원들이 ‘남자 이유미’라며 김 후보자의 자료 조작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청문회는 개의 이후 1시간이 지난 오전 11시를 넘겨서야 겨우 시작됐다.
청문회는 교육 정책에 대한 질의보다는 논문 표절과 이념 공세로만 채워졌다. ‘논문 도둑, 가짜 인생’이라는 스티커를 노트북에 부착한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1992년 석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복사기’ ‘표절왕’ ‘논문 도둑’이란 격한 표현들을 퍼부으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민기 민주당 의원이 “야당 의원들이 판사냐, 왜 의혹을 단정짓느냐”며 “명예훼손이자 인격모독”이라고 비판하자, 발끈한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한때 소란이 일었다.
김 후보자의 시종일관 꼿꼿한 태도는 여야 공방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학자적 양심과 명예를 걸고 표절은 아니다”거나 “(야당 의원들이) 부적절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급기야 여당 의원들이 나서 인용 출처를 밝히지 않은 데 대해 도의적으로 유감표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사과 기회를 주자, 김 후보자는 저녁 때가 돼서야 “최근 지침에 따르면 적절치 않은 면이 있다. 송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자신이 제기했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선 “오해가 있었다”고 뒤늦게 슬그머니 발을 빼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야당 의원들의 이른바 ‘답정너 청문회’는 이념 공세에서 극에 달했다. 야당 의원들은 과거 김 후보자가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며 “사회주의자”, “혁명가” 라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사상검증과 색깔공세로 낙인 찍기를 하고 있다”고 발끈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유은혜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 답변을 듣고 판단해야지, 일방적으로 규정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고, 박경미 의원은 “인종 이념 성별이 다른 것을 싸잡아 비난하는 ‘증오발언(hate speech)’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은 곧장 “여당 의원들이 장관 후보자 대변인이냐”고 반발하면서 청문회장은 또 한차례 험악해졌다.
김 후보자는 이념 편향 부분에 대해선 설명을 자청하며 적극 반박했다. 스스로를 “자본주의 경영학자”라고 규정한 김 후보자는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고, 한미동맹 철폐 주장과 관련해선 “불평등한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저는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유 위원장은 교육부의 부실한 자료 제출을 문제 삼아 “이번 기회에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며 심야 정회를 선언하는 등 밤늦도록 진통을 겪었고, 결국 차수 변경을 통해 1박 2일 청문회를 이어갔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성지원 인턴기자(고려대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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