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장진호 기념비 방문에,
미 해병대 SNS생중계… 30여만명 시청
한국전 참전 용사 가족 등 댓글 2,000여개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첫 방미 일정으로 나선 장진호 전투 기념비 방문이 미국 해병대와 한국전 참전용사 가족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미 해병대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한 문 대통령의 방문 영상에 주로 미 해병대와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2,000여개가 넘는 댓글을 달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미 해병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 가족의 ‘흥남 철수’ 사연을 소개하는 한편,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 참배 모습을 실시간 생중계했다. 생중계는 문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관티코 미국 해병대 박물관 앞에 도착하는 장면부터, 로버트 넬러 해병대 사령관을 비롯해 장진호 전투 참전 용사들과 만나는 모습을 모두 담아 30여분간 진행됐다. 영상을 본 미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문 대통령의 기념비 방문 영상은 29일 오후 9시 현재까지 약 30여만명이 시청하고 2,03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특히 해병대와 한국전 참전 용사 가족은 댓글을 통해 “나의 아버지는 한국전에 참전한 해병대다. 나는 오늘 그가 한국을 바라보며 웃음 짓고 있을 거라 확신한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의 희생을 기억해 줘 감사하다” “바로 이 장면이 우리가 싸워야 했던 이유”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데는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 방문이 한국전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새삼 부각시킨데다, 문 대통령의 개인 가족사도 얽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병대에게도 장진호 전투는 가장 고전한 전투로 기억된다. 6ㆍ25전쟁 당시인 1950년 11월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미 해병1사단이 북측의 임시 수도인 강계 점령 작전을 수행하던 중 중국군 9병단(7개 사단 병력·12만명 규모)에 포위돼 전멸 위기에 처했다가 2주 만에 극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철수했다. 미 해병대가 2주 간 중국군의 남하를 저지한 덕에 흥남 일대 피란민 10만여명이 미군 수송선을 타고 남한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의 부모도 ‘흥남 철수’ 기간 동안 매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북한을 탈출했다.
이 같은 장진호 전투와 문 대통령 가족의 인연은 미국 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미 해병대는 문 대통령 방문 전 흥남 철수 피란민 영상을 게시하며 “해병 1사단이 적을 저지하는 동안 문 대통령의 부모가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었다”면서 “그 뒤 3년 후 미래의 한국 대통령이 태어났다”고 소개했다. 이 영상은 하루도 안돼 조회수 13만회를 기록했다.
이 같은 의미에 화답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며 “순간에 군인만 철수하지 않고 많은 피난민을 북한에서 탈출시켜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