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동행 52개 기업 “향후 5년간 40조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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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서 대기업 총수들 첫 만남
“새 정부 믿고 투자해 달라” 당부
#2
SK, GE 등과 셰일가스 MOU
에너지 등 1조 8000억원 투자
2020년부터 매년 18억달러 규모
미국산 LNG 등 수입 계획 밝혀
가스공사 등 정유업계도 동참
#3
새 정부 보조ㆍ美 적자 축소 ‘윈윈’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동행한 경제인단과 차담회를 갖고 “나는 친노동이기도 하지만 친기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시 헤이아담스 호텔에서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과의 취임 후 첫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께서 저를 '친노동'이라고 하는데 제가 노동변호사를 오래 했기 때문에 맞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업의 고문변호사도 오래 많이 했기에 친기업”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이어 “새 정부의 경제개혁 핵심은 기업하기 좋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과 노동이 상생할 수 있는 세상이 돼야 우리나라가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을 믿으시고 더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당부했다.
경제인단에 동행한 주요기업들은 각종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문 대통령의 당부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SK그룹이 미국 기업과 셰일가스전을 공동개발하기로 하고, 향후 5년간 에너지 분야 등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3조~5조원 규모의 투자 기회를 모색할 계획을 29일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워싱턴시 세인트레지스호텔에서 미국 에너지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 콘티넨털리소시스와 셰일가스 개발과 관련한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는 GE와 미국 내 셰일가스 개발뿐 아니라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ㆍ액화석유가스(LPG)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공동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다. SK는 LNG를, GE는 발전설비를 공급하면서 공동으로 사업을 펼치는 한편 한국, 미국, 동남아, 중동 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 사업도 함께하기로 했다. SK는 2014년 콘티텐털리소시스의 미국 현지 가스전 지분 49.9%를 인수해 총 매장량 7,600만톤 중 약 3,800만톤의 가스를 이미 확보한 바 있다.
SK는 또 2020년부터 매년 18억달러(최대 35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LNGㆍLPG를 들여올 계획이다. GS칼텍스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40만배럴(1억1,800만달러)의 원유를 도입하고 자회사인 GS EPS를 통해 2019년부터 향후 20년간 연간 60만톤(약 2억2,000만달러)의 셰일가스를 수입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엑손모빌, 에너지 트랜스퍼, 알래스카 가스사업 개발공사(AGDC)와 미국 LNG 사업 관련 MOU를 맺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9일 이번 방미 경제인단에 참여한 52개 기업이 향후 5년간 미국에 40조여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집계 발표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등 52개사는 2021년까지 5년간 현지 공장설립, 생산설비 확충, 연구개발(R&D) 투자, 현지기업 인수합병(M&A) 등에 총 128억달러(약 14조6,000억원)를 투자한다. 투자 외에도 LNGㆍLPG 구매, 추가 노선망 확충을 위한 항공기 구입 등에 총 224억달러(약 25조5,000억원)를 쓰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투자와 구매에 쓰이게 될 금액은 총 352억달러(약 40조1,000억원)다.
이번 방미 경제인단의 투자ㆍ구매 계획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탈원전, LNG 및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한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호응할 뿐 아니라 미국의 에너지 수출로 대 한국 무역적자 규모도 줄일 수 있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경제인단으로 참여한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R&D와 M&A에 적극 투자해 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발맞추는 한편 현지 시장 공략을 노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8,000만달러 규모의 현지 공장을 건설하는 한편,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도 2020년까지 15억달러를 투자한다. LG전자는 2019년까지 테네시 주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연간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하는 가전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자동차는 친환경 자율주행차 등 미래기술 개발과 신차ㆍ신엔진 개발 등에 5년간 31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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