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성향의 공약으로 대선ㆍ총선을 제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동시장 유연화 법안을 전격 공개하며 관련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마크롱 내각이 이번 노동개혁으로 본격적인 능력 검증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뮈리엘 페니코 프랑스 노동장관은 28일(현지시간)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개정안에는 기업의 근로자 부당해고 보상금에 대해 상한선을 설정하고, 근로조건 협상 시 노동조합을 우회한 직접 사원투표를 허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임 정부가 철회했던 조치도 재도입한다. 다국적 기업의 모회사가 본국에서 흑자를 내더라도 프랑스 지사가 손실을 보는 경우 프랑스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페니코 장관은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근로자를 위한 안전망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의회 심의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즉 대통령 법률명령으로 개정을 추진해 9월 말까지는 절차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FT는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 집권 여당이 의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최근 경제 상황도 개선되고 있어 해당 법안의 통과를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실제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신뢰 지수가 108점을 기록해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새 노동법 개정안이 대선 당시 약속했던 “혁명”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비판이 일고 있다. 프랑스 나티시스투자은행의 파트리크 아르튀 경제연구소장은 “흥미로운 조치들도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이전에 공언한 노사관계의 거대한 분권화에는 못 미친다”며 “산별 노조가 누리던 주요 특권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그럼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제2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은 오는 9월 12일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달 대선 1차투표에서 4위를 차지한 극좌파 정치인 장뤽 멜랑숑도 마크롱이 노동규칙을 “파괴하려 한다”며 노조 측에 힘을 실었다.
한편 지난 18일 총선으로 새로운 피를 대거 수혈한 프랑스 의회에선 의원들의 복장을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멜랑숑 소속 정당인 ‘프랑스 앵수미즈’의 남성 하원의원들이 27, 28일 연달아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은 채 등원하자 부적절한 옷차림이라며 여타 정당의 비난에 휩싸였다. 이들은 노동자 계층을 대표하는 당 정체성 상 ‘노타이’가 적합하다는 입장이나, 여당의 한 의원은 “노동계를 대변해 넥타이를 매지 않겠다는 것은 그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응수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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