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처럼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말이 또 있을까. ‘엄마’라는 말이 그런 건 우리 삶에서 엄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그럴까. ‘엄마’로 만들어지는 새말의 수는 ‘어머니’나 ‘아빠’의 경우보다 훨씬 많다. 아이가 엄마로부터 받는 영향과 아빠로부터 받는 영향을 비교해 보거나 한 여성이 ‘엄마’로 불릴 때와 ‘어머니’로 불릴 때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분명하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삶에서의 비중이 클수록 그와 관련한 말은 더 다양해지는 것이다.
새말 중에는 육아와 교육에서 ‘엄마’의 성격과 역할을 나타내는 말들이 많다. ‘우리말샘’에는 이런 말들이 수록되어 있다. ‘고슴도치 엄마’ ‘기러기 엄마’ ‘돼지엄마’ ‘매니저 엄마’ ‘열성 엄마’ ‘열혈 엄마’ ‘불량 엄마’ ‘주말 엄마’... 게다가 이젠 ‘엄마’의 줄임말 정도로 쓰이는 ‘맘’(mom)까지 포함하면 엄마를 가리키는 새말의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코끼리 맘’ ‘헬리콥터 맘’ ‘코칭 맘’ ‘캥거루 맘’ ‘앵그리 맘’ ‘에듀 맘’ ‘강남 맘’ ‘사커 맘’ ‘슈퍼 맘’ ‘취업 맘’ ‘전업 맘’ ‘인공위성 맘’...
대부분의 새말은 육아와 교육에 극성스러운 엄마를 가리킨다. 극성스러운 엄마는 ‘고슴도치 엄마’(자기 자식을 무척 아끼고 귀여워하는 엄마)에서 시작하지만 ‘헬리콥터 맘’(자녀 주위를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엄마)으로 발전한다. 결국 입시 제도를 비꼬는 ‘엄마사정관제’란 말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처럼 엄마를 자기 자식만을 위하는 사람으로 보는 사회에서 엄마는 비하와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맘충’(mom蟲)은 그래서 슬픈 말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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