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트라우마
유선영 지음
푸른역사 발행ㆍ388쪽ㆍ2만원
식민지 경험은 엄청난 상흔이다. 1920~30년대 문학, 잡지 등을 들춰가며 거기에 깃들어 있는 ‘감정’들을 트라우마 차원에서 접근한 책이다. 서구의 강력한 힘, 특히나 그간 한 수 아래로 봤던 일본에게 잡아 먹혔다는 부분에서 나오는 비애감, 분노, 수치심, 열등감 등을 추적했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은 힘에 대한 무조건적인 숭상, 거꾸로 약한 것들에 대한 지나친 공격성, 서열화에 대한 강박, 새로운 것이나 근대적인 것에 대한 절대적인 수용 태도, 해외 강대국의 시선에 대한 애정결핍증에 가까운 인정투쟁, 한편으로는 깊은 열등감과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정도면 먹고 사는 건 다 내 덕이니 만족할만하다는 지독한 나르시시즘 등을 낳는다. 어버이연합, 태극기 시위, 부채춤 친미 시위는 두말할 것 없이 그런 트라우마의 발현이다. 구조, 사건으로 형상화하기 어려운 부분을 다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데, 다소 딱딱한 서술이 아쉽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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